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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12월의 시작.

DidISay 2012. 12. 2. 03:51

1.  식료품이 떨어져서 운동 갔다가 집에 오면서 장을 봐왔다.

     어제 부피 큰 것들은 온라인몰 통해서 사놔서 집에 오니 도착해 있었음 ㅎ

 

     소세지를 백만년만에 사봤고,

     오리고기 세일하길래 이것도 쌈채소랑 같이 구매.  

    그리고 물이 좋은 싱싱한 국산 고등어 ♡

 

    내가 먹는 생선은 극히 한정되어 있는데,

    고등어, 삼치, 꽁치가 끝이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고등어인데,

    살이 흐물거리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탄탄하면서 결이 살아 있는 식감이 마음에 들고

    등푸른 생선이라 몸에도 좋다.

 

 

 

    어릴적엔 고등어는 값싼 생선이었고, 갈치가 좀더 비쌌는데 

    우리집은 나를 제외한 모든 식구들이 갈치를 매우 좋아해서

    항상 단골메뉴로 상에 올랐었다.

 

    그럴 때마다 난 싸구려만 먹는다고 엄마가 놀리곤 했는데 -_-

    온난화 떄문에 전세가 역전되어서 이제는 고등어가 훨씬 비싸졌다 ㅎㅎ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몇년전부터 국산보다 좀더 크고 저렴한 노르웨이산 고등어도 유행인데

    이건 너무 기름져서 난 별로. 살도 좀 흐물거리는 느낌이고 ;

    

    항상 국산을 사서 꼬리와 머리만 잘라내서 통쨰로 오븐에 구워먹는다.

    굵은소금이랑 허브를 탁탁 뿌려서 구으면

    커다랗고 노릇노릇한 것이 굉장히 먹음직스럽고, 어딘지 야만스러운 느낌도 난다 -_-v

 

 

    이번엔 집에 무가 좀 남아 있으니, 간장이랑 고춧가루 넣고

    매콤하게 조려내야겠다. 무도 슴벙슴벙 크게 잘라넣고

    뭉근하게 천천히 익혀서 양념장 얹어 먹어야겠다. :)

 

 

 

 

 

 

 

 

 

2.  오랜만에 홍대에서 공연 보면서 즐겼는데

     쿵쿵 거리는 음악도. 잔잔한 음악도 모두 좋아서

     정말 신났다 >_<

 

     리듬 타면서 방방 뛰며 소리도 지르고

     얌전히 듣기도 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오는 길에 지쳐서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했더니

     오빠가 아몬드 초콜릿이랑 귤이랑 사과 사줘서

     집에 와서 하나씩 까먹었당 ^-^

 

 

 

 

 

 

 

 

3. 오늘 입으려고 한 미니스커트

    문양이 독특해서 좋아하는데, 

    가죽재질이라 늦가을부터나 입을 수 있는 옷.

    

    오빠가 오자마자 오늘 엄청 춥다고 갈아입고 오라고 해서

    미니원피스 입으려고 했더니 바지 입으라고.

    에이씡 오랜만에 스타킹 신고  멋 내려고 했더니;;

    머리도 힘들게 웨이브 해줬는데 ㅠ

   

 

    밖에 나가보니까 역시 춥긴 추워서

    위에만 어꺠 살짝 파진 블라우스랑 니트 입고

    가디건에 또 점퍼까지 걸치고 갔다.  

 

    놀 때는 위에 아우터들을 벗고 놀았는데 겨울옷이다 보니 부피가 한짐이라

    무슨 이불보 안고 피난 가는 느낌이 ㅎㅎ

 

 

 

    

 

 

 

 

 

4. 계란후라이를 만들려고 하다가 달걀에 붙은 깃털을 봤다

   

    깃털을 보자마자 거부감이 굉장히 심하게 몰려왔는데,

    닭의 알에 깃털 하나쯤 붙는거야 자연스러운건데 왜 이리 싫었을까.

 

 

 

    사실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육류의 형태는 고기가 아닌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에     

    평소엔 내가 다른 생명을 앗아간 결과물을 먹는다는 의식이 거의 없다.

   

 

    육류 유통경로에서 벌어지는 동물학대와 관련된 다큐를 본다거나

    채식주의자가 아니고서야, 평소에 깔끔하게 포장된 용기에 담긴 고기를 볼 때

    어떤 '생명'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특히 서양에서는 이름조차 cow가 아닌 beef, pig가 아닌 pork라고 붙이니까.

    (호주에서는 캥거루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려고,

    캥거루고기에 이름 붙이기 공모전까지 한 적이 있다.)

 

 

 

 

   난 의식적으로 식단을 관리하는 채식주의자도 전혀 아니고, 

   그렇다고 기름진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고기를 매끼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사냥에 대해서도  북극의 고래사냥처럼 그 지역 토착민들의 생계를 위한 것이라면

   문화적인 특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래사냥은 인디언들에게, 그들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보존하는 의식이라고 말한

   호시노 미치오의 의견에도 동감하는 편이고.

 

   


  그런데 계란에 붙은 작은 깃털을 보는 순간,

  '생명체'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갑자기 되새겨지면서 심한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먹는 이 평범한 한끼가 정말 많은 생명체들의 목숨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구나 싶어서.

  어쩐지 숙연한 마음조차 들었다.

  아 이래서 식전에 감사의 기도를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농부들과 하늘과 대지의 신과 우리 고통 받는 이웃 외에도,

  이 한끼의 식탁을 위해 사라진 많은 생명을 위해서도 감사의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계란후라이는 말끔히 먹었고, 깃털은 곧 머리속에서 잊혀져 갔지만

 마트에서 사온 동글동글 잘 가공된 소세지를 보면서,

 냉동실에 쌓인 부위별 고기들을 보면서 마음이 좀 이상했다.

  

 난 그저 돼지나 소가 아닌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생명체에 비해 과분한 것들을 지나치리만큼 많이 누리고 있구나. 싶어서.

 

 그리고 넘칠만큼 고기를 쌓아놓고 있고, 육식으로 내 건강과 생명을 이어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어느 한 시점까지는 생명을 가지고

 숨쉬고 식사하고 걷는 존재였다는 것조차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으니

 우리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가 싶었다.

 

 

 

 굳이 육류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씨앗. 하나의 잎사귀

 모두가 하나의 생명인데 우린 이것들을 너무나 쉽게 망각해 버린다.   

 

이렇게 이어가고 있는 삶을 헛되게 흘려보내선 안되는 것이다.

그건 사라진 생명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5. 어느덧 12월.

    올해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벌써 새로운 한해가 다가온다.

    성큼성큼성큼.

 

    벌써 마지막 달이라는 사실이 너무 이상해서

    달력 넘기다가 혼자 흠칫 하고 놀랐는데

    어른이 되면 정말 시간이 빠르게 가는구나.

 

    곧 초록과 빨강의 날.

    산타가 하늘을 나는 크리스마스다!

    포인세티아랑 트리 사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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