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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날씨는 맑음
보통 액션이나 코믹류는 어지간해서는 다시 찾아보거나 되새긴적이 드물어서, 내가 영화나 공연을 보고 글을 남길 때는 그냥 생략하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추석이나 설에 특선영화로 할 것 같은 상업영화는 보통 극장에서 안보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생기는 단점이 이런 시리즈물을 보게 될 때 전편들을 봤는지 안봤는지, 봤으면 어느 편을 봤는지 혼동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 등장인물도 비슷하고 스토리도 유사한 구조를 따르니 더더욱 그렇다 =ㅁ= 분노의 질주도 예전 홈피를뒤져봐도 리뷰가 안나오길래, 전편을 안봤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도입부부터 익숙한 장면이 등장;; 알고보니 개봉첫날 남자친구랑 봤었음... 레이싱 액션은 별 흥미가 없어서, 내가 예매했으면 그냥 패스하고 넘겼을테지만 상황이 그..
주말. 분노의 질주를 볼까. 유료시사회를 한다는 스타트렉을 볼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뭘 하나 싶어 찾아보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영화 한편. '길 위에서' 당신도 혹시 나처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나요? 명문대 졸업, 미 유학파, 젠(Zen) 센터의 경험으로 출가한 ‘엄친 딸’ 상욱 행자! 어린 시절, 절에 버려져 ‘동진 출가’의 업을 지닌 선우 스님! ‘신세대형’ 비구니, 인터넷 검색으로 ‘절’에 왔다는 민재 행자! 37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영운 스님!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들이 머리를 자를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일 년에 단 두 번만 문이 열리는 곳, 비구니 수행도량 ‘백흥암’ 그곳에서 비구니와 함께한 300일 간의 템플스테이가 공개된다!..
토월극장에서 패키지 예매를 하면서 안티고네와 함께 예매한 '부활' 원래는 '아시아온천' 을 보고싶었으나 시간이 안맞아서, 이 작품으로 '-' 예지원&서범석 주연/ 고선웅 연출의 연극이었는데, 사실 톨스토이 작품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불안불안했다. 그래도 각본을 무난하게 해놨겠지 하고 믿었는데...생각보다 좋지 않았음..ㅠ 사실 톨스토이의 '부활'은 중학교 때 필독서로 읽은터라, 당시 러시아의 종교계나 상류층들을을 비판한 부분들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고 네흘류도프의 카츄사 사이의 관계와 전반적인 스토리만 인지한 상태였는데 이 연극은 네흘류도프와 카츄사가 만난 부분은 모두 빼버림 =ㅁ= 처음부터 카츄사는 살인누명을 뒤집쓴 매춘부로 등장하고 그와 카츄사의 과거는 대사에서나 등장한다. 두 인물 사이의 갈..
38세의 마크 오브라이언은 뛰어난 시인이자 명문대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독신남성이다. 그는 감수성이 뛰어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성관계는 고사하고, 자위 경험조차 없는 숫총각이라 샤워 중에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정을 하고야 마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결국 그는 견디다 못해, 성당의 신부를 찾아가 '죽기 전 섹스를 해보고 싶다'고 고백하고 섹스테라피스트를 찾기에 이른다. 마크가 이런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그가 6세에 소아마비에 걸려 얼굴근육만 움직일 수 있는 '신체부자유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힘으로 목욕을 하거나 이동할 수 없고, 전화를 거는 것도 입과 연결된 막대를 사용해야 한다.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라고는..
우디 앨런의 팬이라면 간절히 기다렸을법한 영화 '로마 위드 러브'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바르셀로나)-미드나잇 인 파리(파리)를 잇는 관광+로맨스 영화 3부작이라 하겠다 ㅎ 개인적으로는 미드나잇 인 파리가 가장 좋았고, 그 다음이 로마 위드 러브. 그리고 내 남자의 아내가 좋아. 이 영화에서도 로마 곳곳의 유명명소들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고, 사람들이 한번쯤 꿈꿀법한 가지각색의 환상들을 실현시켜 주고 있다. (재기발랄한/섹시한 이성과의 외도, 하루아침의 유명인사, 은퇴 후 찾아온 대박의 기회 등등) 마치 로마에 오면 이 모든 일이 가능합니다! 라고 외치는듯이 ㅋ 영화 속 인물들은 매력적이라기 보다는 소심하고 찌질하며 현실적인 잣대를 비춰본다면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디 앨런 영화답게, ..
오늘 일이 좀 꼬이는 바람에, 나와 K오빠만 어중간하게 시간이 떠서 기다리는 동안 영화를 보기로 했다. 둘다 이대 쪽에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트하우스 모모로 이동. 오빠가 나한테 영화를 고르라고 했는데, 다른 영화들은 이미 본데다가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시간이 안맞았다. 결국 지난주에 예고편을 봤었던 셰임이 기억나서 무작정 이걸보자고 하고 급하게 들어갔다. 상영시간이 촉박해서 스토리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입장;; 지난주에 셰임의 예고편으로 내가 얼핏 봤던 글자들은 아래가 끝. 7:30 샤워 10:00 회의 후 화장실 15:00 회사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19:00 첼시의 핫 플레이스 바 22:00 허드슨 강변의 어두운 골목 24:00 침실의 노트북 난 별 생각없이 반복되는 현대인의 일상과 무료함이..
씨네큐브에서 훌쩍 보고 온 러스트 앤 본 '예언자'를 만든 감독인데다가,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이길래 망설임 없이 예매 :D 영화 제목이 다소 난해해서 아주 철학적인 영화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예상보다 더 편안하게. 그리고 인상깊게 보고 왔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여러모로 결핍된 사람들이다. 남주인공 알리는 3류 길거리 복서로, 어느날 아들을 떠맡게 된 막장인생이고 여주인공 스테파니 역시 자신이 사랑하던 직업 때문에 다리를 잃게 된 범고래 조련사이다. 둘의 사랑 이야기는 그리 달달하거나 핑크빛이지 못하다. 스테파니의 사고 이후 알리는 그녀와 종종 연락을 하며 교류하게 되지만, 그것은 어떤 계획이나 약속, 책임을 전제한 관계라고 보기 힘들다. 스테파니는 자신의 사고 이후 막막함+자격지심으로 인해 지인이 ..
국립극장 해오름의 첫번째 해외초청작으로 선택된 '외침과 속삭임'을 보고 왔다. 잉마르 베리만의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감독과 여배우들이 이 영화의 리허설에 참여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다소 실험적이고 독특한 내용의 작품이었다. 공연 시작 전에 받은 비닐로 신발을 감싸고 무대로 들어가면 모든 남자역을 도맡을 베르히만 역의 남자배우에게 약 10분 동안 주연 여배우들의 역할과 성격을 소개받게 된다. 그 뒤에 다시 본무대로 이동하면, 무대 위에 설치된 좌석이 나오고 본격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안드레이 서반 연출에 루마니아 클루지 헝가리어 극단이 공연했는데, 덕분에 전 공연 내내 프로젝터를 통해 영어/한글 자막이 제공되었다. 무대는 당연히 온통 핏빛으로, 존재하는 색은 검정, 흰색, 붉은 색 뿐이다. 강..
화창했던 노동절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본 영화 :) 평온한 휴일에 어울릴만한 작품을 찾다가 골랐었다. 은퇴한 음악가들이 모여사는 일종의 요양원 비첨하우스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갈라콘서트를 열게 된다. 영화는 갈라콘서트를 한창 계획 중인 배우들을 비춰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마다 오페라 가수, 연주가, 지휘가, 음악감독 등로 활약했던 이들은 여전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과 정원에서 생활하고 있고 (사실 그 때문에, 한번의 갈라콘서트로 이들의 재정난을 극복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화면은 온통 밝고 경쾌하고 우아하다. 비첨하우스는 건물 안팎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런 곳이라면 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D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노인 배우들이 출연진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1년에 한태숙 님이 연출한 오이디푸스를 보고 정말 감동 받았었는데 그 뒷 이야기 격인 안티고네 역시 평이 좋아서 굉장히 보고 싶었더랬다. 그래서 다시 공연을 하지 않을까 계속 기다렸었는데 토월극장 리모델링 기념으로 다시 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티켓오픈 하자마자 확인. 토월극장에서 연극 및 공연 패키지권을 팔아서, 공연들 한번에 예매하고 할인 받았다. 안티고네 역의 김호정, 크레온 역의 신구, 티레시아스 역의 박정자 님이 주축. 특히 박정자님은 오이디푸스 때처럼 여전히 생생한 에너지를 발산. 어찌보면 그리 비중이 높은 역이 아니데도 굉장히 강렬했다. 오이디푸스 일가가 무너진 뒤에, 크레온은 오이푸스의 부탁대로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나라를 훌륭하게 잘 다스렸다. 하지만 이 두 아들이..
오늘 원래 계획은 도시락 싸서 경마공원으로 간 뒤에. 벚꽃맞이 소풍+경마하기. 그리고 저녁엔 과천시민회관에 가서 공연을 보는 거였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다 취소... 난생 처음 가보는 경마공원이라 기대가 컸는데, 결국 못갔네;; 둘다 5천원씩 걸고 만원을 딸거라며 큰 꿈에 부풀어 있었건만(...) 하지만 비 덕분에(?) 여유롭게 자고 느즈막히 만났다. ㅎ 오늘 날이 우중충해서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뿌리고 나갔더니, 잔향이 계속 달달하게 남아서 좋았음. :D 이자람의 사천가는 작년부터 워낙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공연이라 도대체 판소리를 어떻게 구사하길래 이렇게까지 대중적으로 극찬을 받나 궁금함이 컸다. 내가 너무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밥 먹고 나니 시간이 촉박해 택시를 타고 과천까지 갔는데, 다..
이선균-전혜진 부부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러브,러브,러브. 마이크 바틀렛의 희곡에 이상우씨가 연출을 한 작품이다. 명동예술극장이 3층까지 꽉 찬 것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깜짝 놀란;;; 첫 부부 출연이라 그런지 전석 매진인 느낌;; 우린 다행히 조기예매를 해놔서 1층 5열에 앉아서 봤다. ㅎ 이선균씨가 전혜진씨가 연기하는 모습에 반해서 사귀게 되었다는 멘트가 개인적으로 이 연극을 보면서 이해가 갔다. 다른 배우들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말 연기가 좋았다. 굉장히 마른 체격인데,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너무 매력적인 >_
내가 오멸 감독의 '지슬'을 예전부터 기다려온 주된 이유는 4.3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때문에 사실 영화 자체의 작품성이나 재미에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사건 자체가 너무 잔혹한 역사였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처럼 딱딱하거나 사회비판적인 성격이 강할거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지슬'은 객관적으로 정말 잘 만든 영화였고 마냥 딱딱하거나 날을 세우고 있는 작품도 아니었다. 오히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오기까지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악 혹은 선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학살에 참여하는 군인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명령에 의해, 혹은 빨갱이에게 죽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 때문에 총을 겨눈다. 어느날 갑..
잭과 콩나무+ 거인을 죽인 잭을 모티프로 한 '잭 더 자이언트 킬러'를 보고 왔다. 주말 10시 반 조조영화를 예매해서 졸린 눈을 부비며 3D 안경 받고 입장. =ㅁ= 요즘 고전 동화를 재해석 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좀 식상한 감도 없잖아 있는데, 몇 달 전에 영화관에서 광고를 봤을 때부터 '이건 봐야해!'라고 외쳤기 때문에 평이 그리 좋지 않아도 일단 보러 갔다. 엄청난 크기의 콩나무!! 일단 결론 먼저 말하자면 별기대 없이 본다면, 생각보다 괜찮네 싶은 영화. 개인적으론 팀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훨씬 좋았다 -_-;; 내가 고전동화를 재해석한 영화들에게 기대하는건 기존에 동화를 읽을 때 느꼈던 상상력을 충족시켜 주길 바라는건데,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꽤 훌륭하다. 엄청난 스..
사람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고유의 특성이 모두 다르고, 그에 따라 갖게 되는 직업이나 사회적인 위치 역시 차이가 난다. 흔히 우리는 모두 각각의 장점이 있으니 이를 모두 인정해줘야 해. 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혹은 사회에서 경쟁하는 대부분의 과정은 가능한한 주목받는 그 위치에 오르기 위한, 그리고 그 위치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능력들을 갖기 위한 자리다툼일 때가 많다. '주먹왕 랄프'는 추억의 오락실 게임 속 캐릭터 중 한명이다. 그의 장점은 그 어떤 게임캐릭터보다 파워풀한 두 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부수고 또 부수며 자신의 소명을 다 해봐도 게임 속에서 자신의 위치는 악당일 뿐이고, 모든 칭찬은 자신이 힘들게 부숴놓은 것을 다시 원상복구 시키는 펠릭스에게 다 돌아간다. 이런 자신의 처지에 ..
몇달전에 예매해놓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연극.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들은 실망한적이 없어서 항상 그 기대치가 다른 곳에서 보는 것들보다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이선균-전혜진 주연의 LOVE,LOVE,LOVE도 미리 예매해 놔서, 이번에 공연장 가서 좌석 확인했는데 잘 보일 것 같아 안도를 ㅎㅎ 연극 보기 전에 아악 다음에 여기 올 땐 이선균이선균!! 이러면서 꺅꺅 했다(...) '에이미'는 영국의 극작가 데이비드 해어의 1997년 작품으로 윤소정, 정은길, 서은경. 이 세 사람이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라 호흡이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연기가 너무 좋았다. 특히 윤소정씨는 얼마전 드라마에서도 종종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연극에서 그 배우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곁에 둘 수 없다는 것을 삶의 어느 지점에 왔을 때, 너무나 마음 아프게 깨닫게 될 때가 있다. 친구나 연인과의 이별, 내가 아끼는 누군가의 죽음.. 등등 그리고 남겨진 이들은 간혹 내가 ..했었더라면 이라는 부질없는 후회와 미련으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아픔과 상실감을 알기에, 언젠가 떠나야하는 우리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으로 보험을 들고, 알지 못할 미래를 염려하곤 한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은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으로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던 소녀 '모모'가 내면의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일종의 성장 애니메이션이다. 지브리 스튜디어오에서 7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하는데, 오랜 제작기간이 아쉽지 않게 좋은 결과를 냈고 덕분에 수상도 참 많이 했더라. ..
2월엔 장진의 연극만 연달아 보게 되었는데, '서툰사람들'과 '늘근도둑이야기' 모두 코믹한 성격이지만 내용이 많이 달라서 다행히 질리는 느낌없이 재밌었다. 대통령특사로 풀려나게된 사기꾼과 금고털이범 콤비가 권력자의 미술관을 털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장진의 연극 중 가장 정치풍자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시사성이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라서 무겁거나 딱딱한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미술작품과 화가를 언급하는 장면이 있고, 재계인사나 정치인들을 이야기 하며 웃기는 장면들이 있어서 학생들이 보기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배우들의 호흡이 참 좋았던 연극. 1열 중앙에서 봤는데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면이 많아서 더 즐거웠던 :D
우리는 누구나 삶의 한 순간 절망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사춘기 때 질풍노도를 겪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 뒤늦게 그 감정이 찾아오듯, 마치 밀린 빚을 언젠가는 갚아야하는 것처럼 그렇게 시련이 밀려오는 것이 삶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환절기엔 흔히 찾아오는 감기처럼, 마음과 정신이 아픈 것도 한동안 우울증에 빠지는 것도 팍팍한 삶 속에서 내가 힘들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징후일 뿐 '회복하지 못할 무엇'이라든가, '삶의 오점'이라고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우울증과 같은 감정은 그 사람 개개인의 나약함이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의 환경과 시기가 너무나 좋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정신병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에서 벗어나야,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좀더 사려깊게 헤아릴 수 있고 나 자신의 아픔 역시 ..
빨간머리 앤은 워낙 인기있는 애니메이션이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나 역시 그 중 한명이라 나중에 집을 짓게 되면 초록지붕으로 2층방을 만들어야지 생각하기도 하고 일본-캐나다가 공동발행한 100주년 기념우표도 사모았었다. 그리고 극장판이 나온다고 하길래 바로 달려가서 본 이 영화! 아 그런데 예전에 너무 재밌게 봤던 영화는 어른이 되서 다시 보게 되면 어릴 적의 그 느낌이 많이 깨지는 것 같다. 삐삐나 둘리도 어른이 되서 다시 보니, 너무 짜증이 났었는데-_-;; 빨간머리 앤 역시 다시 보니 너무 신경질적이고 허무맹랑한데다가 현실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공감이 안가는 (....) 오히려 앤의 삶이 너무 비참해서 그걸 저렇게 현실도피식으로 덮어버리는걸 보니 재밌다기 보다는 측은하고 괴롭다는 생각이 더..
간만에 본 한국영화 =ㅁ= 전지현은 바로 전작 도둑들에서 워낙 좋았었고, 다른 배우들도 모두 작품을 말아먹진 않겠구나란 생각은 했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는데 마침 평도 나쁘지 않길래 예매를 했다. 한석규는 영화 쪽 활동이 계속 부진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아주 잘 어울리고, 전지현도 예니콜의 발랄함을 벗고 차분하고 가라앉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살려냈다. 이제 엽기적인 그녀에서 벗어나서 배우 느낌이 나는 듯. 하정우랑 류승범 연기도 나쁘진 않은데, 류승범은 너무 영화에서 맡는 역할이 비슷비슷한 느낌이라서 언뜻언뜻 복사-붙여넣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영화 보기 전부터 어떻게 연기하겠구나가 좀 예상되고 실제 연기 역시 그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까;; 하정우는 먹짤로 워낙 유명해져서, 먹는..
개봉 전부터 굉장히 보고 싶었던 영화. 하지만 발자막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많은 관객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더랬다 (...) 영화 내용 자체는 우리가 로봇 + 휴머니즘 영화를 보면서 기대하는 딱 그 정서를 자극시켜 준다. 프랭크는 은퇴한 금고털이범으로, 전화질 하는 딸도 귀찮고 주말마다 방문하는 아들도 귀찮다. 그냥저냥 생활에 별다른 자극 없이 잉여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는 중에 아들이 시리얼이나 먹고 엉망인 집안인 상태로 살아가는 노인네의 꼬라지를 보다 못해서 최첨단 로봇을 하나 붙여주게 된다. 건강도 챙겨주고 요리에 설거지, 청소도 만능인 로봇 =ㅁ= (이게 만약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 된다면 바로 사고 싶다;;) 하지만 프랭크는 이름 붙어주기도 귀찮아서 그냥 '로봇'이라고 부르고, 어거지로 로봇..
화혼은 중국의 여류화가 판위량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동명의 전기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다른 책을 읽다가 실려있는 그림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찾아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본 중국영화였는데 장예모-공리 조합도 매우 좋았고,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근대여성화가의 삶도 말 그대로 드라마틱해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도 충분히 흥미롭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삼촌에 의해서 팔려간 창기. 그리고 관리들에 의해 뇌물로 바쳐진 신세에서 첩으로 바뀐 신분. 이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해 프랑스 현대미술관에 작품이 걸리게 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펼쳐진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이랄까. 물론 판위량 장보인은, 드라마틱한 삶보다 좀더 평탄하고 평온한 삶이었기를 바랐을 것 같지만 만약 그랬다면..
'스물세살,나는 가슴 설레는 사랑 이야기를 썼는데 사람들은 모두 배꼽 잡는 왁자지껄 코미디라 말했다." -작가의 말 中 휴가 중에 보고 온 연극. '서툰 사람들' 장진 감독의 영화와 연극 모두 좋아해서, 연극열전 시리즈로 처음 나왔을 때 부터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코엑스 아트홀에서 공연하길래 바로 예매했다. 프리뷰 할인 받아서, 티몬보다 저렴하게 구매 '-' 티몬에서는 자리 배정이 안되던데, 코엑스 아트홀은 작은 소극장이고 배차도 괜찮은 편이라서 뒤쪽에서도 무난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심영은-조복래-오강율 캐스팅으로 보고 왔는데, 저 조합의 사진이 없다. OTL 로맨스를 썼는데 사람들은 코메디로 받아들였다는 장진의 말처럼, 이 작품은 설렘과 풋풋함도, 유쾌한 웃음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연극이다. 연..
예전부터 나는 동굴을 배경으로 삼은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어릴 적 읽었던 '15소년 표류기'에서, 라마 같은 생소한 동물들의 이름과 함께 나를 사로잡은건 프렌치뎅이라는 이국적인 이름의 동굴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갈등과 모험이었다. 어두침침하고 좁지만, 아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공간. 끝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번쩍번쩍 으리으리한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곳. 이런 동굴에 대한 이미지는 스티븐슨의 '보물섬'이나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더 강화되었다. 하지만 내가 애타게 갈구해도, 주변에 동굴이 흔하게 퍼져있을리는 만무했고 동굴은 어느덧 배를 타고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곳. 온갖 종유석과 신비로운 빛의 물웅덩이들이 있는 곳. 일상에서 벗어나는 멋진 모..
2004년에 있었던 태국의 쓰나미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로 실제로 한 스페인 가족이 당시에 겪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던 중 갑자기 마주하게 된 자연재해 이 고난의 순간을 겪어낸 사람들의 모습과 쓰나미로 인해 헤어졌던 가족들의 재회를 그리고 있다. 내용만 놓고 보면 너무 뻔한데다가, 기존의 재난영화와 별다를게 없어보여서 사실 흥미가 생기지 않았는데 연일 호평이라 보러가게 되었다. 결론은 만족. :)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실화기반의 영화라는 것. 때문에 재난영화에서 흔히 그렇듯이, 영웅놀이하는 사람도, 오버하며 미친 짓을 하는 사람도 없다 -_-; 세상이 끝나는 재난이 아니라, 갑자기 밀어닥친. 하지만 며칠 이내로 어느정도 수습이 된 자연재해기 때문에 인류문명을 재건한..
아르고는 1979년에 있었던 이란의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벤 애플렉이 주연과 감독 모두를 맡았는데, 근래 봤던 영화 중 가장 재밌게 봐서 어쩜 연기도 잘하고 영화도 잘 만들었나 감탄을 =ㅁ= 처음에 미국 패권주의에 맞춘 영화가 아닐까 싶었는데, 오히려 초반에 이란에 이 많은 성난 군중들이 생긴 이유가 미국의 정치적 야욕에 있었음을 밝히고 있어서 처음 부분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입장에서 보면 성공적인 인질구출이었지만, 이란에게는 뼈아프고 수치스러운 사건일 수 있는데 (물론 지극히 미국적이긴 하지만) 비교적 균형잡힌 시선에서 담담하게 사건을 비춰서 보는 동안 크게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다. 이란의 석유를 탐낸 미국은 이란의 마지막 군주이자 탐욕스러운 왕이었던 ..
영화관에서 개봉했을 때, 호평과 혹평이 아주 극명하게 갈렸고 징그럽다와 감탄이 나온다도 함께 터져나왔던 프로메테우스. 에일리언 시리즈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나는, 단순히 바빠서 보지 못했던 영화..결국 해를 넘겨서야 봤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였고 그렇다고 혹평을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삭제된 14분이 너무나 중요한데, 도대체 이걸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빼버린건지 -_-; 영상효과는 좋고, 계속 긴장감을 조성해 지루한 편도 아니다. 우주를 홀로그램으로 표현한 장면은 정말 감탄이 나와서, 과학전시관에서 우주체험을 이런 식으로 하면 정말 좋겠는걸! 하고 생각한. 징그럽고 잔인하다는 평도 꽤 있었는데, 난 쏘우3랑 악마를 보았다는 보다가 포기해버..
스코틀랜드 어딘가의 왕국의 공주 메리다. 붉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만큼 자유분방하고 천방지축인 아가씨이다. 특기는 활쏘기. 말타기. 뭔가 굉장히 전형적인 말괄량이 공주인데, 내용도 그에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다소 지루했다. 픽사가 아닌 디즈니에서 만든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인물들 자체는 따뜻하고 유쾌하고, 캐릭터 표현도 사랑스러우며 노래도 흥겹다. 문제는 인물들의 언행에 별로 공감이 안돼서, 좀 짜증이 났.. 아무리 자유로운 분위기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왕족인데 공주랑 왕비가 함께 없어져도 하루종일 없어진 것도 모르고 엄마가 자기 때문에 무려 가문의 적인 '곰'으로 변했는데 괜찮아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며 쿨하게 -_-; 더 당황스러웠던건, 세 동생마저 곰으로 변했는데 이건 아빠나 엄마조차 아무도 신..
지킬앤하이드는 몇년 전에 조승우 버전으로 보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오랜만에 볼까 해서 예매. 회사 통해 20% 할인 받아서 좋았다 ㅎ 그간 캐스팅이 바뀌어서 살짝 불안한 감이 있었는데, 적어도 좌석 때문에 짜증날 일은 없겠다 싶어서 안도를... 지킬앤하이드는 vip석 없이 r석부터 시작. 사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홀 음향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라서 2층 4,5열까진 별 무리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자리는 2층 중앙1열인데, 혹시나 해서 오페라 글라스를 빌렸다. 하지만 역시나 그냥 봐도 잘 보여서 거의 사용안함 '-';;; (오페라 글라스 기능이 딱히 좋지 않으니, 대여하지 말 것을 권유) 윤영석-선민-이지혜 캐스팅으로 감상했는데, 양준모 공연을 보고 싶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