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처음처럼 본문
밤새 눈이 내린 다음날.
김영랑의 시 중에 '돋쳐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라는 문장이 있는데
햇빛에 반짝반짝 거리는, 거리와 나무의 하얀 눈을 보니 갑자기 저 시구가 생각났다.
겨울이라 그 빛이 다소 약하더라도, 저렇게 빛나는 것이 참 아름답구나.
예전에 신영복님이 20년 넘는 수감생활 동안 어떻게 자살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햇빛'이라고 대답하신 것이 떠올랐다.
북서향 독방에 들어오는 '햇빛 시간'은 하루에 두 시간 남짓이었는데,
아주 많이 들어와봐야 겨우 신문지를 펼친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가 길을 지나치면 그냥 무심히 지나갈 그런 평범하고 작은 햇빛.
그런데 '그 햇빛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을 때 정말 행복했고,
내일의 햇빛을 기다리고 싶어 죽지 않았다'고 대답 하시는 인터뷰를 보고 뭉클했었다.
새로 시작하는 1월엔 이런 글이 좋다. :D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영복, <처음처럼> 中
요즘 오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침실.
큰방에 있던 프로젝터, 우퍼, 노트북, 책,cd, dvd들 등등
내가 자주 사용하는건 여기로 다 옮겨놨다.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 겨울밤의 독서는 침대헤드에 랜턴 하나만 켜놓고
와인이나 따끈한 정종 홀짝이면서 침대에 들어가서 하고 있다.
여름엔 날이 너무 더워서 집중하기 힘들어 괴로웠기 때문에,
요즘은 춥긴 해도 적당히 긴장되어 있는 느낌이라 오히려 좋다.
온몸은 나른하고 따스한 기운이 퍼지는데,
이번 책에서 묘사되는 것들은 온통 황량해 보이는 풍경들이라
-콘크리트 분리벽이 점거한 세상, 히잡으로 온 몸을 가린 여자들.
공항에서 몇번이나 수색을 당해야 하는 일상, 군인과 근본주의자.
총과 기타를 함께 들고 다니는 사람들, 테러와 공습경보.-
마음과 육체 사이에 불일치 되는 공백이 생기는 것 같았다.
눈과 햇빛은 차가움과 뜨거움의. 녹고 녹이는 상극의 관계인데도
저렇게 마주하면 서로를 아름답게 빛내준다.
우리네들과는 너무나 다르게.
오래된. 그래도 좋은 목소리들.
베란다 프로젝트는 비교적 최근 앨범이긴한데 노래가 좋아서. :)
이 앨범자켓을 보고 엄청 웃었는데;;;
이 도대체 무슨 컨셉인가(...)
깃 세운 트렌치코트에 다소곳한 포즈;;
생뚱맞은 흰 목도리는 또 뭐고 ㅎㅎ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암미술관 산책길 (0) | 2013.01.11 |
---|---|
1월의 에버랜드 (0) | 2013.01.11 |
모던걸의 올바른 걸음걸이 (0) | 2013.01.03 |
연말엔 랍스터! (0) | 2012.12.30 |
오늘은 추우니까 서점에서. (0) | 2012.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