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탐험의 세계에 2등이란 없다 본문
날도 덥고 요즘 읽은 책 중에 성공한 탐험가들을 언급한 구절들이 좀 있어서,
극 지방 탐험과 관련된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아문센과 스콧과 관련된 위인전을 본적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그떄 봤던 사진들이 떠올라서 신기했다.
위인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노르게호.
마치 동화 속에서나 보던 모양의 비행선이라, 한참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정말 내가 좋아하는건 아문센같은 성공자보다
로맨티스트이자 대책없는 지성인이었던 스콧대령.
스콧이 남극에서 머물렀던 베이스캠프 에번스는 지성적인 분위기가 흘러넘쳤는데
매주 3일 저녁식사 뒤 그는 '남극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비행의 미래, 일본의 예술, 어류 기생충학 등에 대한 강의를 했고
강의가 없는 날에는 축음기로 카루소를 듣거나, 作詩,수채화 그리기, 독서를 했다고 한다.
스콧은 남극까지 폴란드와 러시아 소설들을 가지고 왔고,
오츠 대령은 나폴레옹의 이베리아 전투를 연구한
찰스 제임스 네이피어의 5권짜리 대작 '반도전쟁'을 모두 가져왔다.
과학팀의 책임자였던 에드워드 윌슨은 테니슨의 작품들을 모두 가지고 왔고,
스콧을 비롯한 대원은 남극에서 관찰되는 생태의 모습을 꼼꼼하게 관찰해 모두 기록해뒀다.
게다가 이들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탐험 대부분의 기간 동안 개를 부리기 보다는
마치 고행을 하듯이 사람이 썰매를 끌 것을 고집하는 바람에 아문센보다 한달가량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오츠는 동상과 괴저로 아픈 자신의 발 때문에 대원 모두가 지체된다는 것을 깨닫고
'밖에 좀 나갔다 올 텐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소'라는 말만 남기고
그의 32번째 생일 날 눈보라 치는 텐트 밖으로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죽기 직전까지 삐뚤삐둘한 글씨로
'나 자신은 이 여행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 여행을 통해 영국인들은 역경을 견딜 수 있고, 서로를 도울 수 있고,
누구보다 큰 용기를 가지고 죽음과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라는
일기를 남긴 이들을 어떻게 실패자라고 폄하할 수 있을까.
스콧은 짐이 가벼워야한다는 생각에 원정대의 식량무게를 소수점 이하까지 계산했지만,
글로소프테리스 屬의 고생대 후기 잎과 줄기 화석이 박힌 지질학 표본 16킬로그램을
비어드모 빙하로부터 650킬로미터나 끌고왔다.
아마 이 돌을 버렸더라면 그들은 불과 20킬로미터 거리에 있던
원료와 식량이 가득한 원톤 보급소까지 걸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들의 흔적들은 바보 같고 무모하다기 보다는
뭉클한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탐험의 세계에 2등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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