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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날씨는 맑음
얼마 전 우연히 굉장히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日특급열차안 성폭행 충격 20대 여성 울며 호소해도 승객들 외면 기사의 요지는 표제에 나와있듯이 일본의 열차 안에서 한 남성이 20대 여성을 위협해서 열차 안 화장실로 끌고가 성폭행을 했는데, 열차 안에 승객이 40명정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위협에 아무도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차 내에 신고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고, 여성을 화장실까지 끌고가는 동안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음에도 40명 모두 신고하거나 막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사건에 대한 일본인들의 댓글 중 이지메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수 있어서 내 눈길을 끌었다. 그 댓글 중에는 자신이 왕따를 당했을 때도 교실의 그 수많은 아..
타인과 나 혹은 내 자신의 감정과 이성간의 바람직하고 적당한 거리라는 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간격일까. 내가 확보해야하는 적당한 거리는 ~cm야 라고 명문화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각자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가 다르다. 사람의 경계는 피부가 아니라고 한다. 거품처럼 개인을 둘러싼 경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침해되었을 때 깨닫는 경계가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엘리베이터에나 에스컬레이터에서 낯선 사람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게 되면 그 대상이 남자든 여자든 매우 불편함을 느끼는 편인데 이는 아마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확보해야 하는 개인공간을 침범당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관계의 거리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1. 친밀한 거..
요새 날이 더우니 잠을 새벽까지 못자서 집에서 에어컨이나 틀고 드라마를 보는 생활이 종종 내 방에서 재현되곤 한다. 보통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인데 첫번째는 일단 티비가 없으니 시간내서 챙겨보는 일이 드물고 둘째는 특히 한국드라마를 볼 때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그 속에 녹아져있는 문화,사회적인 터부나 편견들이 불편하고 세번째는 1,2의 이유로 굳이 시간을 투자해서 보자면 훨씬 더 좋은 영화 등의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하다. 아무튼 저런 이유들을 다 이겨내고 간혹 보는게 식객인데 만화와 영화로 한차례씩 봤던 거라 드문드문 보아도 별 무리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긴 중간에 건너뛰어도 몇편의 방송분이나 음악들, 인물들의 음성들을 보면 그다지 지장없이 그 끝이며 전개과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
늙은 도둑놈처럼 시커멓게 생긴 보리밭가에서 떠나지 않고 서 있는 살구나무에 꽃잎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고 나면 살구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누가 꽃잎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그가 누구인지 꽃잎을 자꾸자꾸 이어 붙여 어쩌겠다는 것인지 나는 매일 살구나무 가까이 다가갔으나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날이 가고 있었다 나는 호드득 지는 살구꽃을 손으로 받아들다가 또 입으로 받아먹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는데 어느 날 들판 한가운데 살구나무에다 돛을 만들어 달고 떠나려는 한 척의 커다란 범선을 보았다 살구꽃을 피우던 그가 거기 타고 있을 것 같았다 멀리까지 보리밭이 파도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어서 가서 저 배를 밀어 주어야 하나 저 배 위에 나도 훌쩍 몸을 실어야 하나 살구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