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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날씨는 맑음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하늘이지만 그래도 밤에 잠깐 내린 비덕분인지 선선해진 날씨에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과외를 마치고 길을 걷는데 할머니 두분이 길거리에서 얘기를 나누고 계신다. 한분은 색색의 머리끈과 핀을 앞에 두고 한분은 양배추와 가지와 옥수수를 앞에 두고 그렇게 차들이 앞을 향해 쌩썡 질주하는 길가에 앉아계셨다. 두분 앞에 놓인 것은 다르지만 펼쳐놓은 색바랜 갈색 천들과 이마와 빰에 깊게 드리워진 짙은 주름살과 삶의 흔적들은 무척이나 닮아보였다. 그 얼굴 곳곳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을까.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분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에 젖어 들었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나비와 꽃모양의 머리끈과 먹기싫어해서 항상 혼이 나던 가지.. 그리고 그분들의 손에 패인..
햇살이 너무 좋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날씨라 오랫만에 광합성을 해볼까하고 과외가 끝나고 버스 중간에 내려서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어제 비평론이며 이런저런 과제에 치여서 조금 지쳐있던 마음이 스르륵 풀어져가는걸 느끼면서 눈을 감고 앉아서 바람을 느끼고 벤치에 앉아서 호수를 보기도 하면서 잠깐의 휴식을 즐겼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가 걸려왔다. 누군가 싶었는데 내가 고등학교 3학년때,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섭섭한 마음 반 안타까운 마음 반 축복하는 마음 반... 이렇게 조금은 복잡한 심정으로 결혼식을 지켜봤던 친언니같은 지인이었다. 오랫만에 전화라 너무나 반가웠는데 첫아이가 곧 태어난단다... 조금 늦은 출산이라 너무나 기뻐하고 있다고 친정과 시댁 모두 경사로운 일이라고 들떠있다고 했다. 내 기분도..
세월이 흐르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각종 잡다하고 끝이 없어보이는 일상 속의 과제를 해내고.. 나도 어느덧 사람이 살아간다...란 말 속에 포함되어 있는 많은 일 중 몇가지를 거쳐오고 있다. ... 그중 나에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친구, 가족, 동료, 선후배, 은사, 제자 등의 여러가지 이름표를 달고 있는 그것은 내 마음을 기쁘게 하기도 하고.. 한때는 나의 속을 너무나 가슴아프게 휘져어 놓기도 한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운게 대인관계일 것이다. 누군가 그랬던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점점 삶의 종착지를 향해 한발을 내딛어 갈 수록 나와 한평생을 살아갈 누군가를 찾아낸다는 것이..
사람을 만날 때 초반에는 서먹서먹함을 없애고 빨리 친해지고 상대방을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한다. 더 좋은 인상으로 다가가기 위해 웃는 표정과 가끔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고 말도 조심조심한다. 그런데 결혼 5년,10년 2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은 가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마저 불안하게 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너무나 이기적이라 자신이 가까워지고 싶어서 애써 다가간 그 거리감을 이제는 신비감이 없고 너무 지루하다는 이야기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하니까... 저 시를 읽고 너무나 슬퍼졌다. 항상 처음같을 수는 없는걸까. 정말 그게 너무나 어려운걸까... 50년을 함께 살았는데 아직도 신비감이 느껴진다면 그것도 어찌보면 무섭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어느정도 선에서 사생활을 갖는 것도 아주 중요한 ..
장식론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다. '씻은무" 같다든가 '튀는 생선' 같다든가 그렇게 젊은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보면 쇼윈도우에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들을 잃고 왔을까? 이 삐에로 같은 생활의 의상들은 무엇일까? 안개같은 피곤으로 문을 연다. 피하듯 숨어보는 거리의 꽃집 젊음은 거기에도 만발하여 있고 꽃은 그대로 눈부신 장식이었다. 꽃을 더듬는 내 흰손이 물기없이 마른 한장의 낙엽처럼 슬쓸해져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 그림: 강영균 글: 홍윤숙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다가 결혼후 7년간을 처녀로 살았고 너무나 단조로울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진부한 ..
샤갈은 한국 사람들이 잘 알고있고 많이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이다. 나 역시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그 이유는 그가 사용하는 아름다운 색채 그리고 부인 벨라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감수성은 애정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화가들의 여성편력은 종종 심심찮게 회자되곤하지만 샤갈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은 일반적으로 부인과 관련되어있고, 벨라가 죽은 후 극심한 슬픔에 젖어있다는 이야기도 전해내려온다. ... 우린 작고 큰 이별을 한다. 내 기억에 아프게 느껴졌던 첫번째 이별은 외할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였는데 죽음의 의미를 명확히 알지 못했던 그때에도 종종 사탕이며 리본을 손에 쥐어주시며 큰손녀라고 귀여워하시던 할아버지를 볼수없다는 것과 주위 사람들의 울음과 그 침체된 분위기에 질..
"이데올로기가 호명하면 개인들은 주체로 변형된다 즉 부르는 소리가 자신을 대상으로 하고있음을 인지하고 스스로 그 부르는 소리의 객체가 된다.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마치 이데올로기의 주인이 된 것처럼 행세하도록 초대한다. 이데올로기가 불러서 우리가 대답하는 과정은 무의식적인 과정이다 개인주체들은 스스로 복종이 아닌 자유로운 참여, 즉 실천을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13178220061122231402&skinNum=1 매스컴이나 국가, 집단의 의식화가 무섭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화려한 영상을 보면서 계속 이건 아니잖아;;;를 중얼거렸다. 대기업의 내부의식화 산업 소위 단결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것들. 안토니오 그람시는 ..
2011년 초에 찍어뒀던 것들. 지금은 1년이 지나서 또 저만큼 쌓였다. 바쁠 때는 한달 넘게 책 보고 음악 듣는 것 외엔 아무 것도 못해서 ㅜㅜ 요즘처럼 한가할 때 많이 봐둬야 한다 :)
오랫동안 사용했던 싸이월드를 버리고 드디어 새 블로그로 옮겨왔다. 그동안 써놓은 일기를 포함한 글들이 너무 많아서 옮길 엄두가 안나서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냥 과감히 옮겼다. 모든 자료를 다 가져오진 못할 것 같고, 극히 일부의 자료들만 옮기고 그냥 시작할 생각이다. 덕분에 몇년 전의 글들이..여름이나 봄에 쓴 글들이 모두 올해 겨울 날짜로 등록되는 참사가 일어날듯;; 이전과는 좀 다른 형태의 블로그로 만들어갈까 싶은데 구체적인 것은 천천히 생각해보자. 일단은 예전처럼 공부하고 있는 내용들 정리, 일기장, 보고들은 것들에 대한 감상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
쪽저고리와 잇저고리 쪽을손가 쪽저고리 잇틀손가 잇저고리 사슬동정 놆이달고 백자고름 섪이달고 횃대 끝에 걸어놓고 시애각시 어디갔나 치마꼬리 달랑달랑 물긷든거 불쌍해라 앞다리가 가뜬가뜬 방찧든거 불쌍해라. 〈저로기 노래〉라고 하는 우리 민요이다. 저고리를 횃대 끝에 걸어놓고 죽은 시애각시를 생각하면서 부른 것인데, 여기 나오는 쪽저고리 잇저고리가 어떤 옷인지 알아보고 싶어 옮겨 보았다. 쪽저고리는 쪽물을 들여 만든 쪽빛깔, 다시 말해 하늘색 저고리고 잇저고리는 잇꽃물을 들여 만든 붉은 자주색 저고리다. 요즘은 잇꽃을 모두 홍화라고 하는데 기왕이면 우리 이름 잇꽃으로 했으면 좋지 않을까. '놆이'란 높이의 옛말이고 '섪이'는 조금 아랫쪽을 가리키는 옛말이다. 이 곳 안동지방 말에는 우리말의 본디 모습을 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