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데드걸,2007 본문
상처와 함께 걸어가기.
어릴 적 그리스 신화를 읽을 때마다 항상 잔인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신의 뜻을 어긴 이들에게 내려지는
벌의 영속성이었다. 끊임없이 굴러내리는 바윗덩이를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푸스나,
낮에는 산 채로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먹히고
밤에는 그 간이 다시 돋아나는 끔찍한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영원히 되풀이되는" 그 잔인함이란,
참혹함을 넘어 어딘가 편집증적인 구석마저 느껴진다.
잔인함 자체를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중세 이전까지 사람들은 "잔인함"이라는 것에 대해
상당히 무디고도 너그럽게 반응했던 것 같다.
마더구즈(Mother Goose)나
그림(Brother Grimm's) 동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그리스 신화에서 주어지는 형벌이 가지고 있는
"끝나지 않는다"라는 속성은 아무리 봐도
너무나 잔인하다고 느껴졌다.
벌이라는 것은 어떤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인데,
영원히 그 값을 치를 수 없는 업(業)이란 어떤 것인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 라는 생각에
불공정하다고 투덜거리곤 했었다.
예전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읽을 때,
상처를 모르는 사람은 인생의 진정한 재미를 모르는 것이라는 문구를 보고 멋있는 말이네...하며 스쳐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대초반이지만 이제 성인으로서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지금 저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을 보면,
어쩌면 삶은 끊임없이 상처를 받고 이를 옷을 깁는 것처럼
계속 메워가는 과정이 아닐까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데드걸'은 인생의 행로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상처에 대처하는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으니, 진정한 인생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데드걸은 총 5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져 있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따르고 있다. 데드걸에서는 5개의 이야기를 통해서 상처를 극복하며 성장하는 인물들의 외로움과 절망, 따스함과 그리움, 아쉬움 등의 감성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이 영화는 한 인물의 죽음을 축으로 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이는 여러 개의 퀼트 조각이 모여서 하나의 완성품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서
서로 유기적인 관련을 맺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하나 둘 터득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슬픔의 감정을 어쩌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것도 그들이 아직 상처를 다루는 데 미숙한,
감정적인 청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상처에 대처하는 인물들의 대응방식은
모두 다르다. 사랑과 관심으로 극복하기도 하고, 그냥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도 하고 스스로 극복해 나가기도 한다.
화자는 이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만약 내가 인생에서 커다란 걸림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란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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