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새벽. 두부와의 조우. 본문
피곤해서 누웠는데 생각나는건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두부 1kg
사놓고 며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자기 직전에 발견해 버렸다(..)
결국 새벽에 일어나서 만들게 된 심야의 요리.
심야식당이 아닌 심야부엌. 달밤의 요리 정도 되겠다.
두부와 관련된 가장 클래식한 향수라면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겨울의 어느 새벽
혹은 미역냄새가 나는 바람이 향긋한 여름밤을
찰랑찰랑하게 흔들어 놓는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
요즘엔 보지 못하는 광경이지만
어릴 적에는 가끔 메밀묵이며 두부, 찹쌀떡을 파는 아저씨가 오셔서
엄마를 졸라서 찹쌀떡을 사먹곤 했는데
그떄마다 돌아오는 엄마의 손에는 따끈하고 넉넉한 모양의
하얗고 뽀얀 두부가 들려있었다.
그래서 두부요리를 할 때는 항상 그 밤의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김이 나는 두부에 달래간장 혹은 굴과 김치를 얹어 먹던 추억이 떠올라
어쩐지 넉넉하고 인심 좋은 마음으로 요리를 하게 된다.
집에 양파와 당근이 꽤 있어서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간 ㅎㅎ
덕분에 양파 다지면서 눈물 좀 흘렸다;
두부는 활용도가 가장 높은 재료 중 하나인데
국, 조림, 찌개, 샐러드, 전골, 부침, 튀김 등등 거의 모든 요리에 활용이 가능하다.
심지어 드레싱으로도 만들 수 있고 푸딩처럼 만드는 것도 가능.
새벽에 다 만든 덕분에 오전에 시간이 남아돌아서
간만에 보자기에 전을 싸가서 쌤들 나눠드렸다. :)
아무튼, 이번에 만든 요리는
1. 부침두부에 양념장을 얹고 뭉근하게 끓여낸 두부조림
-단단한 두부를 사용해야하며, 기름을 넉넉히 사용해서 꽤 바싹 부쳐야
조리는 과정에서 두부모양이 으스러지지 않는다.
- 야채는 두부 아래로 깔아서 자작하게 조려낸다.
양파가 익으면서 투명하고 흐물흐물해지면,
특유의 새초롬하고 달달한 맛이 우러나와서 맛있다 :)
-센불로 익혀버리면 다 타버리고 양념장이 배질 않기 때문에
약불에서 서서히 조리면서 계속 양념장을 끼얹어 준다.
2. 다져낸 두부에 간을 해서 양배추로 말아낸 두부양배추말이
-이건 경주 가서 처음 먹어본 음식인데,
의외로 담백한 닭가슴살과 비슷한 맛에 사찰음식 느낌이라 좋았다.
-식당에서 먹었던 것은 간이 좀 셌었는데,난 소금을 거의 넣지 않고
대신 고추, 후추와 참기름을 넣어서 맛을 더했다.
간장양념장 뿌려서 먹으면 딱 좋다.
-다진 김치나 부추, 새우 등을 넣어도 좋을 것 같은데,
만두와 양배추 모두 물이 많은 식품이라 면보에 꼭 짜서 만드는 것이 편하다.
3. 갖은 야채를 넣고 만든 두부소를 이용한, 깻잎전과 야채동그랑땡
-고기 없이 만들어도 맛있는 음식.
-냉장고 속에 있는 야채들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고마운 음식이다 ㅎㅎ
-고추나 깻잎 속에 으깬두부소를 채워넣고 부침가루-계란을 묻혀서 부친다.
-동그랑땡은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실고추나 쑥갓을 얹어서 모양을 내면
아주 예뻐서 먹을 때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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