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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심리학-레이철 시먼스

DidISay 2013. 2. 4. 05:03

인터넷에 흔하게 돌아다니는 게시물 중 하나는, 남녀의 언어적 차이에 대한 것이다. 

대체로 남자의 말은 직설적이고 함의하고 있는 바가 없으며,

여성의 것은 좀더 은유적이고 심지어 반어적이며 복잡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왜 여자들은 서로에게 칭찬을 하거나 맘에도 없는 말을 할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회적인 요인이 있을까.

 

여성학&정치학 전공자인 레이철 시먼스가 저술한 소녀들의 심리학은

'그들은 어떻게 친구가 되고 왜 등을 돌리는가'라는 부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하게나마 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따돌림을 견뎌냈던 경험을 떠올리며,

1년이 넘는 시간동안 10개 학교와 작업한 것을 이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소녀들과 비신체적 갈등에만 초점을 맞춘 최초의 책이며,

가해자와 희생자. 그리고 부모와 교사, 학교가 해야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인종을 가진 여성들의 사례가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 

아마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지 않을까 싶다.

 

 

"소녀들의 경우, 공격의 사회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공격의 부재다.

소녀들은 공격을 표출할 올바른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

표출하지 않는 법을 배울 뿐이다."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의 교실을 몇번 관찰하기만 해도, 이들의 갈등 해결 방식은 확연하게 다르다.

똑같은 갈등이 생겨도 이들은 성별에 요구되는 바람직한 태도에 따라 각자 다르게 반응한다.

그럼 도대체 따돌림의 주축에 서 있는 소녀들은, 왜 다른 소녀들을 괴롭히는걸까?

 

 

 

일반적으로 우리의 문화는 소녀들이 갈등을 공개하는 것을 가로막고

공격의 형태도 비육체적이고 간접적이며 은밀할 것을 요구한다

사회는 여성들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이를 '기가 세거나,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억압하고

자신의 장점을 겸손으로 포장하지 않으면, '자기 혼자 잘난 줄 아는 재수덩어리'라고 구분짓는다.

 

'착한 소녀'는 모두와 두루 친하게 지내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리고 따뜻함이나 미소 같은 양육자로서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시선은 소녀들에게도 그대로 투과되어 영향을 준다.

 

 

 

때문에 여학생들의 문화는 결코 갈등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소녀들은 뒤에서 흉보기, 따돌리기, 소문내기, 욕하기. 조종하기 등을 통해

표적으로 삼은 대상에게 심리적인 고통을 준다.

 

소년들은 조금 아는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을 따돌리지만,

소녀들의 공격은 흔히 친구로 구성된 긴밀한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들의 공격은 알아내기 어렵고 희생자가 입는 상처도 훨씬 깊다.

게다가 직접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공격은 점점 과열된다. 

 

소녀들은 주먹이나 칼 대신 몸짓언어나 관계를 이용해 싸운다.

우정은 무기가 되며, 폭력 대신 끝없는 침묵과 소외가 시작된다.

이유를 물어도 '화나지 않았어', '아무 문제 없어'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난다거나,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나 연구자들의 관심에서도 소외되어 다루어지지 않는다.

감정을 마음껏 꺼내놓을 수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확신할 수도 없기에

인기가 있는 아이와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모두에게 교실은 지뢰밭과 같다.

 

 

 

게다가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하며(쌩얼도 화장한 모습도 예뻐야 함), 자신의 장점은 정치적으로 잘 포장해야 한다.

'아냐 이건 별거 아닌걸, 네 --가 훨씬 부러워'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미움을 사고 만다.

 

여자들의 뒷말은 남자들의 육체적인 폭력보다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데 훨씬 탁월한 방법이다. 

주로 대상에 대한 흠집내기는 그녀가 ‘걸레’며,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이는 이 여성이 좋은 양육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공식적이고, 확인된 사실로 만들어 버린다.

즉, 적이 성공적인 짝찟기를 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대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몇 대 때리고 꼬집어서 멍자국 좀 남기느니 이것이 훨씬 더 어마어마한 복수다.

 

 

그리고 결국 이런 현상은 '여자들은 믿을 수 없고 교묘하다'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오히려 편하다'란 생각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된 뒤에도, 마음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이런 문화에서 성장한 여성들은

직장 생활에서도 개인적인 관계에 초점을 잘못 맞추게 된다. [각주:1]

 

여자들은 동료나 상사에게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이를 대인 갈등의 신호로 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은 '아니'라는 대답이 예상되는 질문은 피하고,

그런 대답은 '상사들과의 관계가 실패한 표시'로 여긴다.

 

많은 여자들이 실제로 아는 만큼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상황,

즉 허세를 부리는 상황을 두려워하므로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남성에게 자신감은 미덕이지만,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아이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녀들처럼

여성 직장인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로 비칠까봐 두려워한다.

 

 

또한 '데이트 신청을 받기를, 수업에서 지명되기를' 기다리는 소녀들은

성장해서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는 사람보다 거기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단서'를 통해서만 친구들과 의사소통 하는 소녀들은 훗날 어른이 되어 그들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고

상사가 알아줄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여자가 된다.

 

 

 

여자들은 싸움을 스포츠라든지 허용되는 사건으로 보는 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한 싸움이라는 말은 모순어법'이다.

이들에게 싸움이 일어난다면, 이는 규칙을 어긴 것이며

때문에 직장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 서로 술을 사주며 해결하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이를 관계의 상실로 받아들이며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한다.

 

어렸을 때 갈등에 편안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여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불화와 개인적인 공격을 서로 구분하지 못한다..

 

소녀들이 자기주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거나 전혀 배우지 않는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그정도 힘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리더 대신 조력자가 되고, 무대 중심 보다는 무대 뒤에서 일한다.

사장이나 회장이 되기보다, 부사장이나 부회장이 된다.

 

 

하지만 기업 문화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런 견해를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감 있고 목소리가 크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싸울 줄 아는 여자는

종종 '남자답다' '독하다' '냉정하다' 여자가 아니다' '공격적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애써온 소녀들이

미래에 부당한 취급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책에서는 가장 후반부에 부모와 아이자신, 교육계에서 해야할 가이드를 제시한다.

 

너무 길어서 여기에 덧붙이진 못하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른 아이들에게 내 아이와 친하게 지내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

아이에게 '인기 없는 아이'라고 실망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노력하라고 하지 말라는 것

(사례에서 본 가장 최악의 태도는, '기도하면 나아질거다.

 이 모든 시련도 나중엔 하나님이 좋게 사용하실거야'라고 말한 부모-_-;;)

학교에 분노한 상태로 전화하거나, 따돌림을 주요 화제로 삼아 찾아가선 안된다는 거였다.

 

 

 

 

소녀들에게 '모든 사람과 친절하게 지내라'고 말하는 것은

'친절하고 상냥함의 폭압을 강요'하는 꼴이다.

 

아이를 평가하거나 '착하고 얌전한' 틀에 끼워놓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고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1. 강한 리더의 자질들은 반감을 일으키는 소녀의 특성과 같다. (똑똑하다, 고집이 세다, 요구적이다. 전문적이다. 진지하다. 강인하다. 독립적이다. 자기중심적이다. 거리낌이 없다. 예술적 조예가 깊은 척한다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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