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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조지 오웰

DidISay 2013. 2. 23. 01:22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에서 가장 먼저 읽은 '동물 농장'

 

 

가장 먼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사실 단순한데

이 즈음에  007 시리즈 중 보지 않은 것들을 찾다가

북한을 적으로 내세운 '어나더데이'를 보게 되었고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한 스파이엔젤[각주:1]도 같이 봤다.

 

 

얼마 전에 재밌게 읽은 여행기도 쿠바를 다루고 있고,

곁다리로 프리다 칼로와 트로츠키의 염문을 다룬 구절도 있었어서

자연스럽게 손이 간 것이 이 '동물 농장'이었다.

 

 

 

 

공산주의 혁명 전후의 러시아를 대유해놓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읽은지 너무 오래 되어서 내용도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다시 본거라

거의 처음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뭐랄까. 책에 대한 지식은 다 있고

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막상 세부 내용이나 분위기는 모두 잊어버린 그런 우스운 상태.

 

 

 

다시 본 동물농장은 스탈린 등등을 비꼬고 있다기 보다는,

인간의 본성 자체에 대한 성찰, 혁명과 권력의 부조화,

그리고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다루고 있었다.

 

 

학문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좌파 이데올로기는 권력을 차지할 직접적인 가망성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되며, 군주, 정부, 법률, 감옥, 경찰, 군대, 깃발, 애국심, 종교, 전통적 도덕성 등, 사실상 세계에 현존하는 전반적인 이치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모든 국가의 좌파 세력들은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전제에 대항해 싸웠고, 따라서 특정한 전제 정치, 즉 자본주의를 쓰러뜨리기만 하면 사회주의가 올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더구나 그들은 진리는 승리하고, 탄압은 사라질 것이며, 인간은 천부적으로 선한 존재로서 단지 환경에 의해서만 타락한다는 불확실한 신념을 자유주의로부터 물려받았다. ... 그러나 우리는 또한 이것과 현실과의 지속적인 충돌의 결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련의 모순을 우리 가슴 속에 축적하게 된다...

 

...정통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항상 풀리지 않는 모순을 물려받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든다면, 신중한 사람들은 모두 산업주의와 그 생산품에 불쾌감을 갖지만, 빈곤의 극복과 노동 계급의 해방을 위해서는 산업화의 축소보다는 오히려 그것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어떤 일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일종의 강제 없이는 결코 행해지지 않는다. 또 강력한 군사력 없이는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모든 경우에, 우리가 공식적인 이데올로기에 충성하지 않아야만 이끌어낼 수 있는 명백한 결론이 있다. 일반적인 반응은 그 질문을 우리 마음의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고 답을 유보한 채 모순적인 슬러건만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조지 오웰, 작가와 리바이어던 中, 1948年3月

 

 

 

 

사실 동물 농장을 보면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건 위에 인용해 놓은 작가의 에세이

그리고 그의 인생 행로다.

 

뛰어난 성적으로 본인의 가정형편보다 더 좋은 학교를 갔음에도 대학진학을 하지 않은 것.

식민지 수탈을 해야하는 자신의 처지에 염증을 느끼고, 안정적인 직장을 버린 것.

(심지어 그가 근무한 지역은 제국주의에 대한 강한 반발도 없었던 곳인데'-')

빈민층으로 살아가면서 꽤 깊은 절망을 느꼈을텐데, 출판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 작품을 써낸 것.

 

결과적으로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지금까지 고전으로 전해내려 오지만,

그가 걸어온 삶의 경로는 참 인상적이다.

 

 

 

 

동물농장의 첫 시작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였다.

이는 평등이 아닌 처음부터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함의하고 있다.

 

과연 인간사회에서 온전한 평등이 가능할까.

그리고 물리적으로 모든 이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평등인가?

 

처음부터 시작이 다른 관계에서 저 기준을 들이댄다면,

결국은 평등을 가장한 가혹한 착취구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1. 스파이 엔젤(archangel)은 다니엘 크레이그 때문에 007같은 첩보물인가 했는데 스탈린과 구소련체제를 둘러싼 미스테리물이었음 (...) 때문에 화려한 격투 따위 등장하지 않는다 '-';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