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바늘땀-데이비드 스몰 본문

소리내어 책 읽기

바늘땀-데이비드 스몰

DidISay 2013. 2. 4. 04:07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중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 바로 나의 부모.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양육태도와 가계의 역사이다.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단 한번도 마주한 적이 없어도,

부모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과거 부모님을 대했던 조부모의 모습을 시간을 거슬러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데이비드 스몰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작품 내내 건조하고 어둡고 냉담한 기억으로 점철된 한 소년의 기억을 보여준다.

처음에 데이비드 스몰 부부가 그린 동화책을 생각하고 아름답고 훈훈한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표지 이미지부터 예상과 꽤 달라서 다시 작가를 확인한;;

 

바늘땀에 나오는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백인 중산층 소년이다.

의사인 아버지, 어머니, 형, 데이비드로 이루어진 그의 가족은 평범해보이지만,

데이비드의 유년기를 회색빛으로 물들게 하는데 크게 일조한다.

 

 

 

 

어머니는 그를 사랑하지 않으며, 가족구성원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더 신경쓴다.

데이비드의 부모는 냉담하기 짝이 없으며, 권위적이고 감정표현에 인색하다.

어느정도로 말을 아끼냐면, 아이의 생사를 가를만한 사실조차 알리지 않는다.

덕분에 이 글에서 가족간의 대화는 정보전달과 비난 외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어머니는 감정조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그녀의 내력은 좋지 않은 건강 + 집안의 정신병력에서 온 것이다.

데이비드가 할머니 집에 방문했을 때 그곳은 따뜻하고 향토적인 공간이 아니라,

무섭고 기괴하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보는 내내 다큐멘터리 '마더쇼크'가 저절로 떠오른 -_-;;)

 

이 두 모녀에게 아이는 내가 낳은 사랑스러운 존재라기 보다는,

강하게 통제하고 맘대로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이 두 사람의 절대적인 잘못이라기 보다는,

또 그 윗대에서 받은.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져온 상처의 연속일 뿐이다.

이들도 결국 상처받은 마음을 품고 있는 피해자인 것이다.

 

 

 

 

그는 당연하게도 계속해서 방황하고, 끊임없는 악몽을 꾼다.

이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데이비드의 모든 꿈은 매우 우울하며, 절망적이다.

꿈 속에서 해결책으로 찾아간 것(박쥐가 엄마로 착각한 우산, 예배당 등)은

결국 너덜너덜해진 상태거나 폐허로 변해버린 모습이다.

 

이 책은 그가 드라마틱하게 이를 극복하고 온 가족이 행복해지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고군분투 끝에 나름대로 안정을 찾지만 그것은 가족의 품이 아닌,

상담가를 통해..그리고 가족에게서 벗어나 독립한 뒤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떨어진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본인의 노력으로 이 상황에서 도망쳐야 했다.

 

 

 

 

 

가장 마지막  꿈에서 그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만든 그 무서운 세상에 대한 악몽,

그리고 자신도 집안의 내력처럼 정신병 속에서 망가지고 말거라는 공포를 느끼지만

결국 그 길을 가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만약 그가 계속 그 세계에서 머물렀다면,

자신이 받은 흉터와 상처에 집착했다면 결국은 어머니가 닦아놓은 그 길을 향해 걸어갔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냥 놓아버리는 것이. 재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가시는 아무리 어루만져도 부드러워 지지 않는다. 나를 찔러 아프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