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변호인(The Attorney, 2013) 본문

그들 각자의 무대

변호인(The Attorney, 2013)

DidISay 2013. 12. 26. 15:23

고 노무현 대통령을 영화화한 변호인.

 

실제 인물을 영화화한데다가, 그 주체가 정치인이다 보니

아마 개개인이 가진 정치색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그 자체만 본다면, 만약 실제 인물이 아닌 허구의 인물을 창조해서 만들었다고 보더라도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송강호의 연기도 아주 훌륭하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한 고졸 출신 변호사가 옛 고생을 만회하기 위해 가족과 성공을 위해 달리다가

어느날 일상의 충격적인 균열을 경험하면서 부림사건에 휘말릴 수 밖에 없었던 과정을

설득력 있고 인상 깊게 표현해냈다.

 

 

 

 

변호인 송강호와 차동영역(실존인물은 이덕만 경감) 을 맡은 곽도원의 연기는 말 그대로 빛을 발하는데

두 사람의 어울림이 너무 강렬해서 인간미가 넘치던 전반부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81년도에 일어난 부림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나 같은 80년대 중후반생들부터는 따로 찾아본게 아니라면

이게 뭔지도 잘 모를 사람이 대부분일텐데 사전 지식 없이도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요즘 광주민주화운동이나 부림사건 피해자들을 두고

빨갱이니 좌빨 어쩌고 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을 지경인데

지금 너희들이 자유롭게 글 써재끼고 맘 편하게 나다닐 수 있게 된 것이

불과 4,50년도 채 안되는 일이라고 보여주고 싶어진다.

 

 

 

난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중도 자유주의.

한국에서 진보와 보수의 특수적인 쓰임을 생각한다면 진보에 속한 사람이겠지만

사상을 막론하고 정치색이나 종교색을 강하게 담고 있는 작품은 좀 불편해하는 편이라

사실 영화를 좀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면 어쩌면 보지않고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노무현 '정치인'이 아닌, 그가 정치의 입문하기 훨씬 전인 '변호사' 노무현을 다룬 영화라

정치색이 드러나는 장면은 아주 상식적인 민주주의의 일반 정의를 말하는 정도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나올법한 그 문구가 이 영화 에서는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관객들이 나처럼 격한 감정변화를 느꼈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반민주적이고 파시즘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지

2013년의 끝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이 어느정도로 정치적인 성숙을 이루지 못했는지

조용히 외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