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오후 네시(원제:반박)-아멜리 노통브 본문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 인물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한들 무슨 불편이 있을 것인가?
그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면 혐오감에 사로잡힐 테니까.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
아멜리 노통의 작품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선뜻 집어든 책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라틴어와 그리스어..이제는 한문처럼 사어라고 여겨지는 것만 가르치며 문법을 중요시여기던 퇴직교사가 그의 천진난만한 아내와 함께 그들만의 안락한 낙원을 꿈꾸며 조용한 전원에 집을 사서 이사를 오게된다.
6시가 되자 그는 돌아갔다.
다음날 그는 4시에 와서 6시에 돌아갔다.
그 다음날고 4시,6시였다.
그 다음날,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5시에서 7시까지>의 만남이
정숙한 만남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4시에서 6시까지>는 그 반대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이웃에 사는 베르나르댕 씨가 매일 오후 4시에 그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에 있다.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렇소.아니오"만을 반복하며 2시간 동안 어색함을 형성하며 그의 집에 머물러 있는다..이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이루고 있다.
선은 순금처럼 자연상태에서 순수한 형태로는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선이 눈에 띄어도 별다른 감명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선은 유감스럽게도 행동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선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편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악은 가스와도 같다.눈으로 보기는 어렵지만,냄새로 식별할 수 있다.악은 걸핏하면 정체되어 숨막히는 층을 형성한다.사람들은 처음에 형태가 없기 때문에 악이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고 여긴다.그러다가 악이 해놓은 일을 발견한다.악이 차지한 지위와 이룩한 과업을 보고서야 자신이 졌다는 것을 느끼지만 이미 업질러진 물이 아닌가.가스를 몰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사전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가스는 팽창,탄련,압축,억압의 특성을 갖고 있다>바로 악의 특성이 아닌가.
베르나르댕 시는 악이 아니라,불길한 가스가 깃들여 있는 거대한 공허였다. 그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여러 시간을 앉아 있었으므로 나는 처음에 그를 비활동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실제로 그는 나를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몸에 배인 체면과 사회적인 통념 그리고 예절로 인해서 변변한 싫은 소리도 하지못하고 그를 내쫓지 못하던 차에 베르나르댕의 자살기도를 통해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유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혼란과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국 그는 한가지 결심에 이르게 되고 이는 소설의 반전을 이룬다.
오늘은 눈이 내린다. 1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그날처럼. 나는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본다.
<눈이 녹으면, 그 흰빛은 어디로 가는가?>라고
셰익스피어는 묻고 있다.
그 이상 위대한 질문이 어디 있으랴.
나의 흰색은 녹아 버렸고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두 달 전 여기 앉아 있었을 때,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 나는 눈을 바라본다. 눈 역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녹으리라. 하지만 이제 나는 눈이 규정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닿는다.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더 이상 알지 못한다.
내 자신의 자아와 나의 관계..
사회적 나와 본연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 책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녀의 책은 나를 너무나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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