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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보다는 진심이 낫다

DidISay 2012. 1. 22. 14:59



대화,강상훈,2008

 

 

 

 

 

  십수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 둘과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술이 좀 오르자 두 친구 중 한 명이 내게 몹시 상처 되는 말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건 친구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다음 날, 멀쩡한 정신으로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친구 하나도 치부를 건드리는 심한 말을 들었다는데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희한한  건  그 친구도 내가 상처 되는 말을 들은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 밤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나온 말들이 결코 범상치 않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로지  각자가  들은 이야기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날의 가벼운 술기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상한 경험이었다.

 


  사람이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나와 친구가 경험한 것처럼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과 기억을 차단시킬 정도로 강력한 것이기도 하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 질긴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감정뇌는  이성과  지식을 관장하는 부분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상처로 새겨진  감정은  결코  지워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상처를 받았을 때와 비슷한 조건이 주어지면 언제고 재생된다는 것이다.  그  말대로라면  나는 세월이 지나 친구에게서 들었던 말이나 상황을 잊을지는 모르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만큼은 무덤까지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이래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쉽게 내뱉게 될 것 같은가?

 

 

 

(..생략..)

 


  차라리 먹잇감 앞에서 눈물을 흘려 위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악어의 눈물을 흘릴지언정 가슴에 칼날을 그어대는 것은 아니다. 그게 상대방과 세상을 향한 최소한의예의며 배려다. 덕업을  쌓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로써 남의 가슴에 상처를 쌓는 사람들은  불행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독설의 독은 남의 가슴뿐 아니라 자기 안에도 동시에 쌓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솔직한 게 좋다.',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다.' 따위의 말에 대한 그릇된 해석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직접적인 비판과 충고는 쉽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상대방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지 않는 한 상대방에게 전달되기도  힘들뿐더러,  전달된다고 해도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계기로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결코 단점을 고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생략)

 

  당신은그 어려운 충고를 어설프게 하려 들기보다는 곁에서 지켜보며 격려하고, 스스로의 깨달음을 유도할 수있는 책이나 선물해주는 게 최선일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진실보다는 진심이 낫다는 것을 명심하라.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실천편 中. 남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