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빈처-은희경 본문

소리내어 책 읽기

빈처-은희경

DidISay 2012. 1. 22. 15:03

 



나는 연애하고 싶다.

남자에게 심각한 얼굴로 헤어지자고 한 뒤 술을 마시고 싶다. 같이 자자고 요구하는 남자에게 눈물만으로도 사랑을 확인해달라며 폼잡고 싶다.

누구든 애태우고 싶다. 누구도 내 환심을 사려 들지 않을 뿐더러 나 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는다.

나는 하찮은 존재다. 나는 소박만 맞는다. 그이는 이제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일조차 없다.

어떤 때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안 쳐다보고 살 걸 남자들은 왜 이렇게 예쁜 여자와 결혼하려고 안달인지 몰라.나는 이제 얼굴을 밀어버리고 그냥 남들과 구별만 가게 '마누라'라고 써붙이고 있을게 라고.

 

 

분명히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사랑을 이루고 나니 이렇게 당연한 순서인 것처럼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는 화려한 비탄이라도 있지만, 이루어진 사랑은 이렇게 남루한 일상을 남길 뿐인가.

 

 

 

오늘은 당신 생일이지만, 내 생일도 돼.

왜냐하면 당신이 오늘 안태어났으면, 나는 태어날 이유가 없잖아.

 


 

중고등학생들의 국어교과서가  23종으로 바뀌어서, 새로 수록된 책들을 찾아서 읽히고 있는데 새로운 작품들이 많아서 재미있다. 해리포터가 들어있는 교과서도 있다 ㅎ 

 

은희경의 빈처도 내신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작품인데, 교과서에 들어가 있어서 현진건의 빈처와 함께 공부했다.

 

글을 읽으면서 씁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장기연애를 해도 지루하고 담담해진다는 사람이 많은데 결혼이야 오죽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태기가 왔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라 했던가. 익숙해진 삶 속에서, 겉돌아가는 나와 아내의 감정이 안타까웠다. 내가 겪게될 결혼은 저것보다는 좀더 달콤하고 서로를 위해 주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