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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너를 사랑한걸까-김혜남 본문
..'사랑을 통해 내가 결국 나중에서야 깨달은 건 너와 나는 타인이라는 사실이다.'
언젠가 이런 문구를 읽으면서 나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랑 할 때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가 평생 사랑하는 이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사랑에서 필요한 지식은 주변에 머무르지 않고, 내면의 핵심을 파고드는 고도의 지식이다. 이런 지시은 나와는 독립된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상대방의 입장으로 들어가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야만 가질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한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만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를 다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재발견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사랑이 식고, 그 사랑이 떠나 버리는 것, 그래서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이를 알려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데에 그 원인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랑에 머무는 것이다. 물론 열정적인 사랑의 폭풍우 속에서 살아남기도 결코 쉬운 건 아니다. 그러니까 많은 커플이 열정에서 차분한 사랑으로의 탈바꿈을 반갑게 여기고, 편안하고 안전한 관계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니겠는가.
사회학자 라쉬는 사랑에 머물면서 서로가 이러한 애정에 결합되는 것을 '차가운 세상에 있는 천국'이라고 표현했다. 그러한 관계는 우리에게 애정과 가정, 가족의 즐거움, 여유 있는 공간,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 관계의 가장 좋은 점은 부부가 이제 자신들을 위하여 의미가 가득한 삶의 배경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만든 추억의 은행을 가지고, 오랜시간 농담을 나누며, 끊임없이 가족의 신화를 재편집하고, 사진첩을 새것으로 바꾸며, 선물과 맛있는 음식을 나눈다. 가치와 습관,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이제 연인은 각자의 인생을 확인하고 그들 자신뿐 아니라 그들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충분한 따뜻함을 제공하다.
연인들은 속박된 관계 속에서 서로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것에 스스로 대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어느정도의 좌절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 등에서 불가능한 완전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결혼을 하고 그것을 잘 유지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인생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개인의 기질에 달려 있다. 사랑을 하려면 어떤 부정적인 측면은 무시하고 눈감아 버리거나 부인하고 잊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무의식과 원초적 마음에 접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서로의 마음에 대한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여행은 서로에 대한 재발견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서로의 마음속 깊숙이 숨어 있는 유아적이고 금지된 소망들을 같이 풀어 놓으면서, 유아기 때의 상처나 분노를 놀이를 통해 표출하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저런 유치한 면도 있었구나, 그런 행동을 하는 데는 그럴만한 아픔이 있었구만 하면서 말이다.
사랑의 종착역이 꼭 결혼이어야 하는가는 아직도 의문으로 남는다.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가 사랑과 결혼의 거리를 더욱 멀게하는 것을 제치고라도 결혼을 꼭 해야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혼을 꿈꾼다면 낭만적인 사랑을 제자리에 돌려보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랑은 빠지는 것보다 유지시키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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