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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카우보이 비밥-천국의 문

DidISay 2012. 1. 23. 14:55

“죽음 같은 것은 두렵지 않아. 조용히 꿈을 꿀 뿐이다. 영원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카우보이 비밥 TV판을 보려다가 그 양에 질려서

먼저 보게 된 것이 극장판이다..

혹자의 평에 따르면 TV판에서 그 내용이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렇다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 같지도 않으니

꽤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비밥은 재즈의 한 종류이다...

제발 비빕밥이나 이런 이상한 걸로 해석하지 말길 ㅠㅠ)

 

작품내용

 

'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2071년, 화성. 할로윈을 눈앞에 둔 알파시티의 7번 고속도로...
약품을 운반하는 탱크 폭발 사고로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화성정부는 약품 운반 탱크라는 점과 사고 후 원인 불명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테러라 판단하고 사상 최고의 현상금 3억을 내건다. 언제나 궁핍한 상태의 비밥호 카우보이들은 사상 최고의 현상범에 입맛을 다신다.

신용카드 도난 사건의 용의자를 쫓던 페이는 우연히 탱크 사건 현장을 지나게 되고 범인의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한다. 영상 속의 범인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페이는 추적을 시작한다.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던 스파이크를 비롯한 제트와 에드도 각각 범인 수색을 시작한다. 네 명의 카우보이들이 수사를 통해 밝혀낸 범인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미 사망한 빈센트 볼라쥬...

할로윈데이로 한창 들떠 있는 도시
굵은 빗줄기와 함께 축제를 기다리는 거리에 날아든 불길한 예고장...
'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씨네21中

 

<카우보이 비밥>은 그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극장판인 <카우보이 비밥-천국의 문> 도입부에서 스파이크는 말한다. ‘꿈속에서 살고 있는 듯한 그런 남자였다.’ 스파이크가 쫓는 남자 빈센트는 “죽음 같은 것은 두렵지 않아. 조용히 꿈을 꿀 뿐이다. 영원한 꿈을 꾸고 있는 거야”라고 말한다. 스파이크와 빈센트는 비슷한 냄새가 나는, 현실의 꿈을 살고 있는 남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돌아오려 한다. 빈센트는 테러리스트로서 세상을 파괴하려 하고, 스파이크는 죽음을 맞이하러 비셔스를 찾아간다. “스파이크가 비밥호에서 나와 비셔스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은 현실로 되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뭐, 이런저런 사람에게 원망을 들었지만. 과거의 여자에 얽매여 도피했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인가, 하고. 지금 현실의 여자가 눈앞에 있는데도 어째서 뒤돌아가야 하는가 하고. 하지만, 그렇게 말할 것은 아니다. 스파이크는 현실로 되돌아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 혹은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꿈을 찾으러 가서, 그렇기 때문에 죽는다고.” 비밥호에서의 모험은, 스파이크가 보기에는 ‘꿈의 시간’이다. 그것 역시 절실하지만 결코 현실로 돌아가기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현실로 나가라고 애걸하지 않는다. 그저 스파이크라는, 시대에 뒤쳐진 주인공을 내세워 ‘현실의 싸움’에 나서게 할 뿐이다. 선택은 관객에게 있다.

 

이 작품은 원래 만화책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책으로 보게되면 내용이나 그림체가 확연히 달라져서

많이 실망을 한다고 한다.

 

이 작품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본만화 특유의 그 묵직함이 잘 느껴진다. 내용자체만 보게되면 너무나 뻔하고 유치하지만(테러리스트와의 게임..왠지 그렇고 그런 영화구조가 연상된다..)  가벼움은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판에서의 최고 묘미는 액션신이라고 한다.

왠지 매트릭스가 연상된다...

유연하고 동양적인 움직임이며

흘러나오는 고요한 느낌의 음악.....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건 후반부에서 빈센트의 독백부분이다.

노랑나비들이 파닥거리며 날아오르고 "꿈 속에서의 내가 진짜 나였는지 현실에서의 내가 진짜 나였는지 모르겠다.."

 

昔者莊周夢爲胡蝶,栩栩然胡蝶也,自喩適志與,不知周也。
어느날 장주는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훨훨 날아 다니는 나비가 되어, 저절로 깨치고 멋대로 지내느라,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俄而覺,則蘧蘧然周也。
문득 깨어 보니 어엿한 장주였다.

不知周之夢爲胡蝶與?胡蝶之夢爲周與?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周與胡蝶,則必有分矣。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틀림없이 구별이 있을 것이다.

此之謂物化。
이것을 "사물의 변화(物化)"라 이른다.

 

그렇다...흡사 노장사상에서 나오는 장주지몽 ,호접지몽을 그대로 이미지해서 그려놓은 느낌이다..아니 틀림없이 그것을 노린것같다.

매트릭스가 연상되는 것도 이때문인지도 모르고...

워쇼스키 형제가 일본만화 매니아였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꿈을 찾는 사람들...그리고 현실에서의 나...

나는 둘 중 어느 지점에 서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