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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2003,자나 브리스키 , 로스 카우프만 )

DidISay 2012. 1. 24. 00:52


새벽에 깨서 일어나있는 동안 '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를 봤다. 그간 '레볼루셔너리 로드'나 '더 리더' 같은 좋은 영화를 많이 봤지만, 이래저래 바쁜 탓에 포스팅을 몇달간 전혀 하지못했다.그런데 굳이 이 밤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까닭은 이 영화의 울림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목 그대로 사창가에서 태어난 인도 아이들에게 '자나 브리스키'와 '로스 카우프만'이 사진을 가르쳐주면서 찍은 것이다.

 

사실, 사창가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소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사창가를 관찰하기란 굉장히 어렵고, 작품에서도 단한번도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나는지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굉장히 궁금했다.

 

왜 하필이면 이 아이들에게 사진기를 쥐어주었을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것은 그 익숙함으로 인해 제대로 판단할수 없기에 낯설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흔히 소외(Enfremdung)이라 하는데, 이런 과정은 상식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주류의 가치관에서 한발자국 물러나서 비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이곳의 아이들은 가족단위로 삶을 책임진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어른들 틈에 끼어서 물을 떠나르기도 하고,

언제쯤 일을 시작하게 될지 어른들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

시궁창쥐가 돌아다니고 나쁜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욕을 하는 곳

그 속에서 아이들은 너무나 해맑게 웃고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의 웃음이 왠지 불편하게 느껴지고 흠칫 놀랄만한 욕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건 이 영화 속의 배경이 내내 사창가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들을 찍어왔다.

그들이 찍은 배경속의 사창가는 추악하게 느껴지기보다는 따뜻한 애정과 아릿한 슬픔이 느껴졌다.

 

1973년 페루에서 있었던 문맹퇴치 운동에 브라질 출신 연극이론가인 아우구스토 보알(Boal)이 참여하게 된다. 이때 보알은 소위 민중극운동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빈민촌 아이들에게 각자 사진을 자유롭게 찍어오게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날 한 아이가 자신이 사는 곳을 찍어오라고 하자 '상처받은 모국'이라는 제목을 달았다.이 아이가 사는 빈민가는 가난때문에 모든 부모들이 아침 일찍 일터로 향했고 남아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집에서 종종 쥐떼의 습격을 받곤 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몸에는 쥐에게 물린 상처들이 아주 흔한 일이었는데 이 상처가 아이에게는 가난하고 힘없는 페루의 상처로 보였던 것이다.

 

이런 예술은 세련된 기교가 아니라 삶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 일화를 읽었을 때의 감동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떠올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진을 안찍은지 오래되었는데 다시 세상을 관찰하고 희망을 가지고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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