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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시티 라이트(1931,찰리 채플린)

DidISay 2012. 1. 24. 18:32

 


채플린의 영화 중에서 '키드'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다. 채플린의 마지막 무성영화인 이 영화는 한 떠돌이와 눈 먼 꽃파는 처녀와의 사랑이야기다.

 

'키드'나 '모던타임즈'는 흑백에 무성영화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채플린 특유의 연기 때문에 의외로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채플린의 연기는 과장적이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다. 그의 걸음걸이와 행동들, 예를 들어 어깨를 흔들거리는 것이나 특유의 이상한 걸음걸이 같은 것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절대로 유치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그는 도시의 한 볼품없는 떠돌이의 행동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연기자는 항상 인물의 행동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점에서 채플린은 가장 완벽한 연기자이다. 그는 가난과 떠돌이의 인생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 이해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을 재현해내는 채플린의 몸이 그것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채플린의 영화를 보면서 웃지 않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속이 좁은 사람이다. 하지만 채플린의 영화를 보고 단지 웃는 것에서 끝나는 사람도 또한 영화를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한 사람이다. 채플린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표현해내지만 그 모습에서 또한 떠돌이의 슬픔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온다. 채플린이 천재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영화에서처럼  눈 먼 처녀의 눈을 띄워주고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준 사람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남이 버린 담배꽁초를 눈치보며 주워피는 작은 떠돌이이다. 그들은 눈에 잘 안띈다. 우리의 눈은 화려함에 쉽게 자극 받기 때문이다. 겸손하게 우리의 눈을 감아보자. 그리고 그 떠돌이의 경쾌한 발걸음 소리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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