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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생각

신비의 파괴

DidISay 2012. 1. 22. 02:37


사람을 만날 때 초반에는

 

서먹서먹함을 없애고 빨리 친해지고

 

상대방을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한다.

 

더 좋은 인상으로 다가가기 위해

 

웃는 표정과 가끔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고

 

말도 조심조심한다.

 

그런데 결혼 5년,10년 2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은 가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마저 불안하게 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너무나 이기적이라

 

자신이 가까워지고 싶어서 애써 다가간 그 거리감을

 

이제는 신비감이 없고 너무 지루하다는 이야기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하니까...

 

저 시를 읽고 너무나 슬퍼졌다.

 

항상 처음같을 수는 없는걸까.

 

정말 그게 너무나 어려운걸까...

 

50년을 함께 살았는데 아직도 신비감이 느껴진다면

 

그것도 어찌보면 무섭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어느정도 선에서 사생활을 갖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일 듯 하다.


 

 

 

거리에서 우연히 아내를 만난다.
나는 일부러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
아내는 등 뒤에서
[여보, 여보!]하고 쫓아온다.
그래도 나는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어째서 저 여자가 내 아내란 말인가?)

저녁 상을 가운데 놓고 아내와 마주 앉았다.
갑자기 서베이어 1호처럼
난데없이 사뿐히 착륙하는 얼굴.
[바로 저 얼굴이다!]
[뭐가 저 얼굴이예요?]
[아니, 서베이어 1호의 달 연착(軟着) 말이야]

이제는
신비의 베일도 벗겨지고
대재벌(大財閥)의 몰락처럼 쓸쓸한 얼굴
달.
- 김윤성(金潤成), [아내의 얼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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