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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손님(보통시민 오씨의 548일 북한체류기上)-오영진

DidISay 2013. 1. 8. 03:11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던 오영진 씨가 1년반 동안

북한에 파견근무하게 되면서 겪은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원래는 기 들릴의 '평양'을 보고 싶었지만. 중고서점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절판서적인 관계로

다른 책들을 찾다가 오영진 씨의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말이 어느정도 통하는. 그리고 평범한 한국인이기에

좀더 친근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이 책은 기 들릴의 시니컬하고 관조적인 말투와는 달리,

한민족으로써 느끼는 복잡미묘한 시선이 담겨 있다.

감상적이거나 눈물콧물을 짜게하는 대목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어딘지 훈훈한 정이 느껴져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와 다르고, 사상과 언어도 조금씩 달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지만

생면부지의 남측 인부들을 위해 감자를 놓고가는 등의 일화는

뭉클하게 하는 면이 있다. 이들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더더욱.

 

한국의 6,7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북한의 모습은, 아직도 시골적인 정서들...

흙벽돌을 직접 만들어 집을 짓거나 솔가지 줍기, 멈춰선 기차에서 내려 모닥불 피기, 끝없는 은하수와 같은

색바랜 애잔함과 촌스럽지만 고운 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완전히 도시화 되어 버린 남한인의 시선에서 나오는 과거에 대한 향수일 뿐이지,

북한 주민들에게는 불편함과 고단함 뿐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지인이 일 관계로 북한에 잠깐 다녀왔을 때 들었던 것처럼,

이 만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북한 역시 물자가 많이 부족해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사상은 여전한 듯 싶었다.

 

우리가 그들을 빨갱이라고 적대시 하듯,

그들 역시 우리를 미제앞잡이라며 피하며 경계한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코앞거리지만

멀고먼 길로 돌아가야 하는 그곳.

그 고단한 여정만큼 우리가 가야할 길도 멀어보인다.

 

 

 

 

통일이나 분단이나 전쟁이나 북한은

내 세대엔 너무나 멀어보이는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우리는 통일글짓기나 웅변을 듣고 쓰며 자랐지만,

그건 몸으로 체감하는 반공교육이 아니라

그저 상을 타기 위한 수단 혹은 구태의연한 행사에 불과했으므로.

 

 

 

 

요즘 아이들은 북한의 단어들을 마치 영단어 외우듯이 뜻을 암기한다.

필수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어, 시험을 보기 위해서이다.

물론 남북관계나 통일 따위엔 관심도 없으며, 시험이 끝나는 순간 싸그리 잊는다.

 

교과서에서는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언어를 서로 교류하고 문화적인 소통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우리들 중 이들과의 소통과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부터 가끔 회의가 든다.

공허한 구호가 아닌, 실제로 물리적인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흡수나 강압적인 억압을 배제한, 북한과의 동등한 교류와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 어느정도나 될까.

 

 

 

 

 

 

북한이 독재를 세습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주체사상을 종달새처럼 외치는 것.

그 모든 바보같아 보이는 것을 이제는 욕할 수 없다.

 

우리는 누군가가 사상을 주입하지도, 누군가의 사진을 벽에 걸게 하지도 않았는데

민주주의로 독재를 뽑은 나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