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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나는 시간

Blossoming Almond Tree -February, 1890

DidISay 2012. 1. 22. 02:42


<Blossoming Almond Tree -February, 1890>

햇살이 너무 좋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날씨라

오랫만에 광합성을 해볼까하고

과외가 끝나고 버스 중간에 내려서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어제 비평론이며 이런저런 과제에 치여서

조금 지쳐있던 마음이 스르륵  풀어져가는걸 느끼면서

눈을 감고 앉아서 바람을 느끼고

벤치에 앉아서 호수를 보기도 하면서 잠깐의 휴식을 즐겼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가 걸려왔다.

누군가 싶었는데 내가 고등학교 3학년때,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섭섭한 마음 반 안타까운 마음 반 축복하는 마음 반...

이렇게 조금은 복잡한 심정으로 

결혼식을 지켜봤던 친언니같은 지인이었다.

 

오랫만에 전화라 너무나 반가웠는데

첫아이가 곧 태어난단다...

조금 늦은 출산이라 너무나 기뻐하고 있다고

친정과 시댁 모두 경사로운 일이라고 들떠있다고 했다.

 

내 기분도 어찌나 좋은지...

연못도 더 고운 초록빛으로 보이고

하늘색도 진하디 진한 푸른색과 흰색 구름이 극대화되서

내 눈에 들어왔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축복을 전하며 전화를 끊은 후

집에오는 길에 생각난 것이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이다. 

 

마치 벚꽃을 생각나게하는 우키요에의 동양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이 그림의 화사함은 보는 사람마저 온통 하얀색 웃음을 짓게한다.

 

하지만 의외로 이 그림은 반 고흐가 가장 우울하던 때였던

죽기 6개월쯤전 요양소에서 그린 그림이다.

 

어떻게 요양소에서 저런 그림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 힘은 바로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한나의 임신소식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동생 테오의 아이...그 아이를 위해 반 고흐는

추운 겨울의 끝을 의미하는 아름다운 아몬드 나무 꽃을 그려냈다.

우리나라의 목련이나 개나리처럼 아몬드 나무는

가장 이른 시기에 꽃을 피워내는 식물 중에 하나이다.

때문에 아몬드 나무에 흰색 꽃이 달리기 시작하면

그것은 따사로운 봄의 시작을 의미한다.

 

고흐는 그 아이의 생명력과 아몬드 나무의 꽃을 바라보며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같은 것을 품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고흐는 자살하고 테오도 곧 그 뒤를 이어 죽게되지만

이 그림은 테오의 아이뿐 아니라 그 이후로도 자자손손

고흐집안의 아이들 방에 걸리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이 그림의 주인공이었고

그의 이름을 가지게 된 조카 빈센트 빌헬름 반 고흐에 의해

설립된 박물관에서 그 화사함을 발하고 있다.

(참고로 그 박물관을 설립하는데는 고흐사망 이후

80년이 넘는 세월과 노력이 걸렸다.)

 

어떤 이에게는 무심하게 지나칠 그림이 될 아몬드 나무가

어떤 이에게는 나락까지 떨어진 삶의 한자락에서 피워낸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다.

 

그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항상 복된 희망과

아몬드 나무의 꽃과 같은 봄의 따사로움이 함께 하기를...

 

유미 언니...

엄마가 되는 걸 정말 축하해.

언니와 가족들의 행운을 기도해줄게...

언니의 순하고 검은 눈빛을 닮은 아이를 기다리며...



-06년도에 작성한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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