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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자크 로브, 뱅자맹 르그랑 글 / 장마르크 로셰트 그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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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자크 로브, 뱅자맹 르그랑 글 / 장마르크 로셰트 그림

DidISay 2013. 8. 3. 23:30

 

 

 

일단 이 글은 스포일러 없는 감상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는 제작초기부터 꽤 화제가 됐었는데,

개봉 후 원작과의 접점이 거의 없다는 소식이 들려서 좀 의아했다.

만화가 원작인 작품들은 대부분 영상화하기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일텐데

왜 원작에 거칠게 손을 댔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약판매로 원작을 먼저 보고, 그 뒤에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는데

이 만화를 읽으면서 왜 각색을 많이 거쳤을지 한번에 이해가 갔다.  

 

 

 

 

이 작품은 크게 3개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다.

중편정도 규모의 만화 3개가 별다른 접점 없이

독립된 이야기에 가깝게 구성되다고 보면 된다.

아마 1편의 작가였던 자크로브의 사망으로

2,3편에는 작가가 바뀌는 바람에 이렇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 '-'

 

이야기의 흐름은 꽤 느린 편이고,

아무리 길고 긴 기차(1001칸)라고 하지만 열차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스토리다보니

다소 갑갑하고 제한적인 전개가 될수 밖에 없다.

때문에 3편의 이야기가 줄거리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자꾸 중복되는 느낌이다.

 

예전에 만화책 중에 '드래곤헤드'라는

수학여행 중 지하철 역을 통과하던 차에 종말이 와서

그 안을 한참동안 통과해 나가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보는 내내 좀 숨이 막혔다.

만약 오늘처럼 햇빛이 화창한 날이 아닌, 어두운 밤이나 우중충한 날씨에 읽었다면

중간중간 몇번씩 휴식이 필요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단점은 매력적인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격으로 나오는 인물들도 카리스마는 있을지언정 그다지 사랑받을만한 인물이 아니고

열차 내에서 모든 행동을 하려다보니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 역시 다양하지 않다.

 

이들은 작가가 보여주려는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의 갈등,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 권력자들 내의 알력관계 등등을

효과적으로 폭로하기 위해 움직이는 인형처럼 보이지

살아 있고 생동감 있는 인간으로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기엔 너무 어둡고 침체된 분위기이며,

주제의식은 우화적으로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다.

강렬하고 소재는 인상적이지만, 재밌거나 흥미로운 전개는 아니다.

사실 영화가 아니라면, 이 작품이 재출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을 모티프 삼아 어떤 매혹적인 인물들을 창조해내고

영화에 알맞게 촘촘히 전개해놨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