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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강헌 外

DidISay 2013. 7. 28. 07:00

때는 바야흐로 1990년대 후반.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치열한 경쟁을 가위바위보로 뚫고!!

1학년과 3학년 때는 영화감상부에. 2학년 때는 만화감상부에 이름을 올렸다.

 

아마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편씩 영화를 보는 내 여가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영화관에서 볼 때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졌지만,

교실에서 볼 때는 담당 선생님이 영화를 직접 골라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자코 반 도마엘의 '제 8요일', 임순례의 '세친구' ,

채플린의 '모던타임즈' , 히치콕의 '이창'과 같은 작품들을 쉴새없이 보여주셨고

우리는 모두 볼모(?)로 잡혀 저 영화들을 감상했다.  

 

당시엔 영화를 모두 이해하지 못했지만, 성인이 되어 영화 목록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나도 나중에 아이들에게 좋은 작품들을 많이 소개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어릴적에 엄마가 만화 보다는 책을 권했기 때문에,

내가 본 만화는 몇 개 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역시 디즈니 정도가 끝이었고.

 

그런데 초딩 때는 에반게리온에 미쳐있었고, 그 이후에는 야오이를 비롯한 온갖 만화를 챙겨봐서-_-

만화책방 아저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친구의 영향으로 2학년 때는 만화감상부에 들어갔다. 

 

 

 

만화감상부의 토요일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2시간은 서로 만화책 빌려와서 돌려보기

(약 3,40명 되는 인원이 서로 만화책을 돌려보는 걸 1년을 하니까,

나중엔 동네만화책방에서 빌릴 만화가 없었다;;;)

2시간은 선생님이 구해온(아마 불법복제였을;;) 온갖 일본 애니메이션 보기.

 

FSS나 바람의 검심, 사무라이 디퍼 쿄우와 같은 작품을 남동생과 함께 보기 시작한 것도

꽃보다 남자 신간을 제일 먼저 빌려와 친구들과 키득거리면서 본 것도 모두 이때부터였다.

 

 

ㅋㅋㅋ 이건 뭐 거의 꿈의 교실;;

 

 

일본문화개방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이라 그때만 해도 우리에겐 생소했던 것들..

이웃집 토토로나 마녀배달부 키키, 원령공주, 나우시카, 붉은 돼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바다가 들린다. 귀를 기울이면, 추억은 방울방울 등등

온갖 종류의 애니메이션을 그 교실 안에서 접했다.

 

개인적으로 하울 이후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 조금씩 기대를 버리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중학교 시절에 흠뻑 빠져서 봤던 저 영상들의 기억 때문이다.

 

 

 

이 책은 영화,매스컴, 문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인물들이

(김기덕, 공지영, 김병욱pd, 노희경, 류승완, 박찬욱, 배수아, 손석희, 신경숙, 유시민, 추상미, 한강 등등)

씨네21의 '내 인생의 영화' 꼭지를 통해 털어놓은 글들을 갈무리한 결과물이다.

한권으로 묶여있지만 각각 독립된 글들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잘 읽힌다.

 

 

 

같은 영화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라고 해도, 종사하는 장르나 인물의 성격에 따라서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이나 생각의 흐름이 너무나 제각각이라서

예상했던 것보다 꽤 읽는 재미가 있었다.

 

어떤 글들은 그 사람이 만든 작품들과 꼭 닮아있어서 재밌기도 했고,

글쓰는 것을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진솔하고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다니 싶어 새삼 감탄하게 된다

 

같은 코너 안에서 진행되는 글들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삶의 깊이나 성숙도가 비교가 되기 때문에

 '이런 마음으로 영화 혹은 글을 만드는구나' 내지는 '어라, 의외네?'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때문에 이 글을 쓴 사람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다른 누군가가 '내 인생의 영화는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서가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잊고있었던 내 추억의 한조각을 되살릴 수 있었던 것.

무심히 스쳐지나간 영화를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

이런 개인적인 발견들이 소중했을 뿐...

 

 

 

 

+ 읽으면서 생각났던 웹툰. 루드비코의 만화영화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taliof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