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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안토니오 알타비라, 킴 본문
1910-2001년을 살아간 아버지의 삶을 그린 그래픽 노블.
안토니오 알타비라가 양로원에서 자살한 자신의 아버지를,
부친의 입장에서 1인칭으로 써내려간 글을 킴이 만화로 그려 완성된 책이다.
나온지 얼마 안되는 신간인데, 꽤 재밌어서 편 그자리에 쭉쭉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역사적인 사실들과 개인사가 뒤섞여있고, 그림체도 선이 굵고 묵직한 편이라
마치 시대극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아주 올바르다거나 올곧다고는 말할 수 없는 아버지의 삶이지만,
부정적인 모습까지 가감없이 그렸다는 것이 놀라웠고
나름대로 타락하고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 자신의 믿음을 고수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좋았다.
지금도 천국과 같은 상태는 아니지만, 적어도 저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고 해야하나.
스페인의 정세는 매우 혼란해서 아나키즘과 파시즘이 대립을 거듭해 지루한 내전을 계속했고,
그 뒤에 이어진 세계대전 역시 피할 수 없었던 세대이다.
한국 역시 이데올로기 때문에 산산히 찢어진 국가이고 지금도 거기서 자유롭다고 말하긴 힘든 처지인데,
그 속에서 보이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
신념을 위해 목숨까지 내버린 사람들, 변절자, 계속 그 믿음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만화에서도 나타나 안타까움과 막막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보면서 계속 생각났던 것이 보테로의 그림들이었는데,
예전에 전시회에 갔을 때 풍만하고 유머러스한 화풍과는 달리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들이 꽤 많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도 스페인의 역사는 그리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는데다가
사회에 나와서는 단편적인 글이나 그림들을 통해서만 겨우 접하고
그나마도 관심이 없다면 아예 모르기 쉬운데
이 책은 전반의 역사를 모두 훑어주고 있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가볍게 보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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