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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そして父になる, 2013)

DidISay 2014. 2. 1. 08:11

료타는 성공한 비지니스맨으로 좋은 집, 가정적인 아내, 귀여운 아들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다만 그는 마치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듯이 아들을 바라보는데,

아이가 입학면접에서 가족과 해보지도 않은 캠핑과 연날리기에 대해 거짓말을 하자

이를 고쳐주기 보다는 유치원 선생님이 시킨대로 잘 했다고 칭찬을 한다.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게 하기 보다는 피아노 치기나 공부하기를 촘촘하게 짜놓고

과정보다는 '성공'이라는 일정한 목표에 가깝게 하기 위해 매진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는 회사에서나 교육에서나 가정에서나 실패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굉장히 건조하고 인간미 없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어찌보면 한국에서 너무 전형적으로 보이는 것들이라

조기교육도 그렇고 꽉 짜여진 공부시간도 그렇고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그에게 어느날 시련이 찾아오나니, 6년전 아이를 출산한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내용의 영화라면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에서 눈물의 갈등을 하는 것으로 한참 시간을 끌겠지만

이런 과정들은 변호사와 상대편 부모와의 몇차례 만남으로 금방 결론이 나는 듯하다.

료타는 상대방 부모를 한두 번 만나보고는, 두 아이 모두 자신이 키우기로 결심한다.

 

 

료타의 친자를 기르고 있는 유다이네 가족은 료타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다.

잘 교육받지 못했고 덤벙거리며 허름한 전파상을 운영하고 있다.

료타는 가난하고 교양도 없다는 이유로 유다이를 한없이 무시하지만

사실 아이들을 키우는 면에서는 유다이가 한수 위로 보인다.

 

비록 좋은 교육시설을 제공해주진 못하지만, 언제나 아이를 멀리서 바라보는 료타와는 달리

유다이는 함께 몸을 부딪히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6살난 아이가 있는 집이라고 잘 생각되지 않는 료타의 집과는 다르게

유다이의 집은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부산스러운 모습이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아이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어른들의 말에 고분고분하고 너무나 순종적인 아이.

그리고 천진난만하고 개구진 정말 어린이다운 아이.

이렇게 다른 두 아이의 모습은 정말 좋은 교육이란 것이 무엇일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주변 사람들을 계도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짜맞추려는 료타의 방식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그는 이 과정에서 좋은 아버지란 무엇인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아이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끊임 없이 되돌아보게된다.

 

아이를 낳았다고 모두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와 1,2시간도 제대로 놀아줄 줄 모르는 부모

하루에 한두시간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부모가

정말 엄마, 아빠라는 호칭으로 불릴 수 있을까.

 

현재 내가 바라고 있는 이상적인 교육의 상이

내 심리적인 만족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