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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키스 앤 크라이(Kiss & Cry)

DidISay 2014. 3. 7. 00:09

 

 

lg아트센터에서 자코 반 도마엘 감독과 그의 가족이 참여한 '키스 앤 크라이'를 보고 왔다.

이 공연은 연출은 자코 반 도마엘이, 안무는 그의 아내가, 그리고 촬영은 그의 딸이 참여한 작품이다.

 

윌 스미스와 그의 아들이 참여해서 처참하게 말아먹은 애프터 어스가 생각이 나서

공연을 보기 전에 사실 좀 불길한 마음이 들었지만 lg아트센터 공연장을 믿고 간 것.

 

 

 

이 감독의 영화는 제 8요일, 토토의 천국 정도로 접한 적이 있었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공연으로 펼쳐진다는 것은 알았지만

사실 홍보영상을 봐도 도대체 어떤 식으로 공연이 전개되는지 감이 안오는 상태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영화와 안무의 결합이 딱 맞아떨어졌고,

독특하고 미학적으로 훌륭한 공연이라 대만족.

 

 

 

 

말 그대로 무대 위에서 모든 영화 촬영이 이루어지고

실시간으로 그 장면이 그대로 스크린에 펼쳐지는 형식인데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안무가 모든 연기를 대신한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한 편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는 것 같기도.

어떤 장면에서는 그림자 놀이를 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사랑에 거듭 실패했던 한 여자가 다섯번의 사랑을 회상하는 방식의 단순한 스토리인데도

애절함, 분노, 슬픔, 당황, 냉담함, 열정 등의 감정과 몸짓이

손가락만으로 모두 표현이 되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뭐랄까 무용수는 정말 손끝부터 발끝까지 예술이 되는구나 싶기도 하고

동작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절도 있는 느낌이라 몰입도가 강했다.

 

피겨스케이터가 점수를 기다리는 대기석을 키스앤크라이라고 하는데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그 순간이 사랑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공연 기획 취지처럼 환희,우아함, 절망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

 

 

작고 단순해 보이는 세트가 스크린에서 장엄하게 표현되는 모습이나

물이나 간단한 모형등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신기하고 독특한 느낌. 사용된 음악들도 좋아서 귀가 굉장히 즐거웠다.

 

 

우리나라 공연의 나레이션은 영화배우 유지태 님이 참여했는데

무대인사에 함께 나와서 완전 깜놀하고..소리지름 +_+ ㅎㅎㅎㅎ

 

 

 

이 공연은 다른 공연 보다 무대 앞쪽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난 6열에서 봐서 비교적 잘 보이는 편이었는데도 약간 아쉬웠는데

촬영 무대 세트가 워낙 소규모라 뒤쪽에선 거의 안보일 것 같다.

 

뒷좌석이나 2층에서는 스크린에 비치는 촬영영상만 보일 것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훨씬 반감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