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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 (Lazy hitchhikers' tour de europe, 2013) 본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처음 극장에서 광고를 보았을 때부터 계속 보고 싶던 영화였다.
톡톡 튀고 재기발랄해 보이는 느낌의 다큐멘터리.
80만원만 손에 쥔 채 유럽여행을 떠난 4명의 남자.
부경대 영화과의 같은 학번 동기들로 말그대로 평범한 대학생들이다.
숙박업소들의 광고를 찍어주고 숙식을 해결하겠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한 목표만 있을 뿐인데,
이들은 학교까지 때려치고 1년이라는 기간을 잡아 길을 나선다.
애초에 저 목표 자체도 알바 일정이 꼬여서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고
어차피 학교에서도 그리 뛰어난 존재가 아닌 그저 '잉여'에 불과했기에
큰 미련이나 고민 없이 때려치우고 세운 목표였다는 점에서
계획이나 확실성 없이는 잘 움직이지 못하는 나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ㅎㅎㅎ
그런데 심지어 저런 미친 계획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또 2차로 놀라운 =ㅁ=
보통 여행기에서는 여정,견문,감상이라는 세 가지의 기둥이 번갈아가면서 결과물을 뒷받쳐주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그저 목표, 목표만이 이들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그나마도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처음에 7명으로 시작했던 인원은 4명으로 줄어들고
이들은 히치하이킹과 노숙으로 불안불안한 여행을 계속한다.
덕분에 영국이나 터키, 파리와 같은 수많은 여행지를 지나지만 그 흔한 관광지조차 하나 담겨있지 않고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건 바로 저 아래의 모습 ㅎㅎ
노숙을 하거나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예전에 우연히 교회의 신앙간증글을 보았을 때
내가 가장 어처구니 없게 여겼던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 기도를 했는데
딱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더라. 이는 하나님의 도움 어쩌고 하는 내용들이었다.
왜냐하면 정말 사람이 간절하고 절실하게 바라면 그 순간 일이 신기하게 잘 풀리는 경험을
누구나 한두번 해보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고,
저 영화 속 멤버들도 돈은 2만원밖에 없고 이제 짐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갑자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더니 정말 기적처럼 유럽의 호스텔들이 이들의 광고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만약 그 최악의 시점에서 나를 믿었다면 나처럼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을 믿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고
기도를 했다면 독실한 교인이, 부처님을 찾았다면 불자가 되었겠지.
결국 어떤 계기나 타이밍 때문에 무언가를 믿게 된다기 보다는
결국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사람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목표로 했던 한인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외국인 호스텔에서 호텔까지
로마를 넘어 영국까지 두루 진출한 이들은 마지막 목표인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성공시킨다.
그것이 자신이 어릴 적 부터 좋아하던 가수의 마지막 앨범을!
그 과정에서도 많은 우여곡절들이 많았지만 그 힘든 과정들이 마치 영웅의 일대기처럼
숭고하고 비장미가 느껴진다기 보다는
당장 필요한 한장의 지도보다 배고픔에 눈이 멀어 치킨을 사버리는
모태 잉여들인 이들의 심성 때문에 오히려 코믹하고 유쾌하게 느껴지는 면이 많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뜻밖의 좋은 사람들의 흔적 때문에
세상은 아직 참 따뜻한 곳이구나 라는 훈훈함까지 플러스!
이런 영화가 개봉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이들 스스로의 고민이었는데
시간이 꽤 지나긴 했지만 정말 극장에 개봉을 해버렸고
꽤 좋은 평을 받고 있다. :)
다큐를 보는 내내 그래 이런게 젊음이고 청춘이지 싶었는데
감독의 나이가 나랑 동갑이라 더 놀랐다 ㅎㅎ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재밌으니까. 잉여라도. 조금 쉬어가더라도 괜찮으니까.청춘
이었으면 좋겠다. ^^
이들이 제작한 아르코 Arco의 뮤직비디오.
영화 말미에 벌써 두번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 하니, 또다른 재기발랄함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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