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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 Shop, 2010)

DidISay 2014. 2. 27. 16:34

계속 피식피식 웃으면서 본 작품.

미술관에 가면 항상 출구 앞에 아트샵이 있는데

제목이 암시하듯이 미술계와 관련된 다큐다.

 

하지만 고상하기 보다는 유쾌하고,

우아하기 보다는 역동적이다.

 

 

 

 

영화의 시작은 티에리라는 남자에게서 시작된다.

티에리는 성공한 구제옷가게 주인으로 그의 취미는 비디오찍기다.

그는 어릴 적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충격 때문에

일상의 모든 것을 찍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그 뒤로 거의 병적으로 생활의 모든 삶을 기록해왔다.

 

굉장히 괴짜 같고 오덕스러운 면모를 가진 사람인데

그의 이런 면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이 다큐의 묘미다. ㅎㅎ

 

 

 

어느날 그는 사촌의 영향으로 거리미술 작가들의 모습들을 찍게 되고

이에 완전히 흠뻑 빠져들어서 나중엔 거리미술 다큐를 만든다는 거짓명목으로

온갖 거리미술가들을 찍고 그들의 작업을 돕게 된다.

 

밤에 몰래 작업을 하고 경찰에게 쫓기고

자신의 생각들을 벽에 쏟아 붓는 과정은 티에리의 일상에 완전히 활력을 불어넣게 되고

티에리는 밤만 되면 거리미술가들을 쫓아다니며 촬영에 매진한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부상했지만

신원만은 누구도 알지 못하던 뱅크시와 접촉하게 되고 그와 절친한 사이로 발전해 촬영하게 된다.

 

뱅크시는 이 과정에서 전시회를 열게 되는데

애초에 미술계를 조롱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이 전시가 예상외로 히트를 치면서 거액의 돈을 쥐게 되었고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품들이 상업화 되어가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던 뱅크시는

거리미술과 관련된 다큐를 제대로 만들 것을 티에리에게 요구한다.

 

그러나 티에리는 오직 주구장창 찍기만 했지

이를 다시 돌려보거나 편집하는 일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으므로,

결과적으로 티에리가 가져온 다큐는 뱅크시가 '정신병적 결과물'이라고 칭할만한 것이었다.

 

ㅎㅎㅎ

 

 

경악한 뱅크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다큐를 편집하는 총대를 매기로 결심하고

티에리에게는 소소한 예술 활동이나 하면서 대기할 것을 제안한다.

 

뱅크시의 생각은 작은 그림이나 한두개 그리라는 것 정도였을텐데

우리의 티에리는 집을 대출받고 전재산을 쏟아부어서

온갖 예술가들을 고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들을 대신 제작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은 초대형급 미술전시회 =_=;;;

 

 

 

 

 

작품이라고 해봤자, 기존의 것들을 패러디하고 뒤섞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뱅크시도 그저 재미삼아 한 것이고 뱅크시나 주변 사람들도

이를 작품활동이라고 하기 보다는 사기극이나 웃긴 장난정도로 치부하는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이 전시회는 완전히 대박을 터트려서 크게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매스컴을 탈수록 더더욱 사람들이 몰리고 작품들이 잘 팔려서

며칠동안 연장전시까지 하게 된다.

 

 

 

덕분에 티에리는 대출을 받은 것 이상의 수익을 올려,

거리미술 현장을 보여주던 이 다큐는 후반부에 가면

티에리의 이 엉뚱하고 웃긴 미술전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전시회 막바지에 그림을 어떻게 배치할지 물어보는 스텝들에게

귀찮은듯이 아무렇게나 니 맘대로 하라는 티에리의 말이나

전시회가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 의견을 묻자

어이없어 하며 썩소를 날리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 모두 웃기기 짝이 없다.

 

페어리 자신도 이 성공에 대해 말하라고 하니까

얼마나 현대미술시장이 병신 같은지에 대해 직구를 날리고 ㅎㅎㅎㅎ

 

뱅크시 역시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모두 병신 같다고 -_-;;

그리고 그런 병신들이 거리미술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또 화제가 되니 그것들을 고액에 거래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날린다.

 

 

 

미술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도 거리미술이란 장르 자체가 굉장히 역동적이고

재밌고 유쾌하게 만들어진 다큐라 즐겁게 볼 수 있는 다큐다.

덕분에 새벽에 낄낄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