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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황대권

DidISay 2012. 1. 23. 02:45

별 생각 없이 집어들었던 책이었는데 너무 좋다..란 생각을 하게 했다...후에 느낌표에 선정되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읽게된 것으로 알고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수 있었을까? 이런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수 없다

 

꽃을 선물해서 싫어하는 여자가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 그 꽃은 살아있는 생명력을 가진 생물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손에 의해서 알맞게 재단되고 포장되어 화려함만이 남고

자그마한 생명력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상태일때가 대부분이다.

물론 나도 꽃을 좋아하고 어릴적에는 화원이나 꽃집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애착이 깊은 사람이지만 나의 관심은 화려한

꽃다발 보다는 작은 화분 속의 꽃이나 잎들인 경우가 더 많다.

 

내가 좋아하는 식물의 속성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때가 많은데

화원 속 꽃집에서 얌전히 주는 물과 양분을 받아먹으며 자라는

난보다는, 아스팔트 구석의 빈틈 속에서 먼지와 사람들의 발에

채이면서도 꾿꾿하게 잎과 꽃을 키워나가는 민들레를 볼 때

더 감동과 기쁨을 느낀다..

그 꿈틀꿈틀하고 징글맞은 생명력이 나에게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지인들에게 느끼는 것 같은 고마움을 느낀다..

화려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겸손하고 조용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묵묵히 다하는 식물들과 사람들을 난 사랑한다.

 

이런 점에서 야생초 편지는 내게 시원한 물과 같은 청량감이다.

 

야생초 편지는 식물도감도 그렇다고 단순히 잡다한 편지들의 조잡한 나열도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철학인문서에 더 가까운 듯한 느낌인데 여느 옥중 작품들보다도 생기가 있어보이고 깊이있는 사색들의 흔적이 엿보인다...

 

물론 작가자신의 됨됨이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나는 그 힘을 야생초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부르며 수없이 발로 짖이기도 뽑아버리는

그 풀들을 작가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쓸데없이 크고, 생장속도가 빠르고, 못생겼고, 쓸모가 없고, 꿀이 없고, 야생적 가치가 없고, 숫자가 많고, 쉽게 번식하고, 맛이 없고, 가시가 많고,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독성이 있고, 역겨운 냄새를 내고, 잎이 금방 무성해지고, 재배하기 까다롭고, 제초제에 내성이 강하고, 뿌리가 울퉁불퉁하다”고 농가에서는 제거되어야 마땅할 잡초를, 에머슨의 말을 빌어 “그 가치가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풀”로 다시 정의함으로써 잡초, 아니 야생초에 대한 새 시선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인간만이 생존경쟁을 넘어서서 남을 무시하고 제잘난 맛에 빠져 자연의 향기를 잃고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여 나만이 옳고 잘났다고 뻐기는 인간들은 크고 작건 못생겼건 타고난 제모습의 꽃만 피어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할것이 많다.

 

화려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비주얼이 흘러넘치는 세상이지만

정작 사물의 진실한 속성은 사라져버린..속빈 강정 같은 삶에

지쳐있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남을 결코 비판하지 않고 자기 잣대로 남을 몰아세우지도 않는 이 사람들, 남의 행위를 있는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이들...

사람을 생긴 그대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여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