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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본문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를 느껴본적이 혹은 생각만이라도 해본적이 있는가? 거창하게 '괴리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한번쯤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말들과 현실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 중에 수없이 느끼며 살고 있다.
이론대로라면 좋은 책은 문학성이 뛰어나고 치열한 고민 속에서
쓰여진 책이다. 그러나 막상 서점에 가보면 지금 베스트셀러난에
올라와 있는 것은 단순한 처세술이나 금융보조자료가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유행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세태를 날카롭게 그러나 흥미로운 방식으로 제시한 것이
'꿈꾸는 책들의 도시'이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등의 판타지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끌릴 것이 분명한데 책의 구성 자체가 책들로 이루어진 도시 속에서 작가를 꿈꾸는 공룡이 여행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작가들의 고통스런 절규, 독자가 아니라 큰 신문사들을 위해 글을 쓰는 비평가들, 돈이 되는 책만 만들어내는 출판사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흔드는 거대한 자본의 힘을 그리고 있다. 부흐하임의 지하세계는 이 자본의 원천인 동시에 배출구이다.
무엇보다도 독자들을 묘사하고 있는 부흐링의 세계에서 이 상상력의 힘은 절정에 달한다. 책에서 나와 책을 읽으며 성장해가는 그들의 삶은 엉뚱하면서도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모든 작가들의 보호자이자 비판자이며 문학의 중심인 부흐링들에게 저자는 진심 어린 경의를 보내고 있다.
“우리 외에 다른 생물들은 모두 책을 갖고 일할 뿐입니다. 그들은 책을 써야 하고, 원고를 심사하고, 편집하고, 인쇄해야 합니다. 판매, 덤핑, 연구, 평론쓰기, 그런 것은 모두 일, 일, 일입니다. 반대로 우리는 그것들을 그냥 읽기만 하면 됩니다. 탐독하면서 즐기는 거지요. 책을 주워 삼키는 일, 그거야말로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그걸로 배도 부를 수 있고요. 나는 어떤 작가와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팔자가 좋은 거지요.”
또한 버려지거나 잊힌 책들에게서 새로운 꿈을 발견하게 한다. 그림자의 성에 사는 눈물을 흘리는 그림자들은 지상에서 버려진, 진정한 문학으로 평가받지 못한 책들의 영혼이다. 그러나 주인공에게 그림자들은 무궁한 상상력을 일깨워주고 새로운 어휘를 가르쳐준다. 책 사냥꾼들처럼 무자비하게 변해가는 그에게 위안이 되고 눈물이 되어준다.
죽어서 산 자들의 꿈이 되어주고, 버려진 것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이 아이러니들이 기괴하고 잔혹한 공포의 세계를 웃고 울고 분노하는 꿈꾸는 세계로 이끌어간다. 지하세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그림자 제왕이 한줄기 빛을 찾아 지상으로 올라가듯이, 우리 내면의 어둠 속에 갇힌 꿈을 끌어내도록 이 책은 다독인다.. 그리고 결국 꿈꾸지 않고는, 한순간이라도 찬란히 타오르지 않고는 진정한 무엇이 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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