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삼청동 & 서울대 미술관 본문
설 연휴 첫날의 삼청동.
설 연휴가 길어서인지. 아니면 첫날이라 다들 음식준비에 바빠서인지
북적일 줄 알고 걱정했던 마음이 머쓱할 정도로 한적했다.
조용한 거리를 걸으니 참 좋던.
하나둘 등이 켜지는 모습도 아름답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 하나하나의 걸음도 예뻤다.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작가의 작품은 사라지고 이불 작가의 작품이 새로 전시 중.
역시 이보다 한적할 수 없는 분위기로 즐겁게 관람했다 :-)
오빠랑은 두번쨰 미술관 나들이네 ㅎ
사귀기 시작한 시점이 내 신변에 변화가 너무 많이 생겼을 때라
바지런하게 다니질 못했는데 날이 따뜻해지면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이날 삼청동에서 먹은게 통오징어튀김. 온마을의 두부요리. 카카오붐의 초콜릿 음료
이날은 우리가 어딜 들어가면 사람이 없다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해서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며 둘이 돌아다녔다 ㅎㅎ
-통오징어 튀김은 예전 엉클스에 들어가있던 그 오징어 튀김을 꼬치에 끼워 팔고 있었는데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들고 다니면서 먹거나 해야함
그런데 이 추운 겨울에 저걸 먹기가 상당히 애매하기 때문에 날 풀리면 사먹길 권해본다.
먹기가 꽤 불편해서 차라리 잘라 파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떡볶이랑 같이 먹는게 아니라 좀 느끼한데 함께 파는 맥주랑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
덕분에 갑자기 생각나서 통오징어 튀김이 들어간 떡볶이를 찾았는데
트래블앤쿡이란 체인점에서 엉클스 떡볶이를 카피했는지 거의 똑같은걸 팔고 있더라.
안양점에서 먹었는데 매우 흡사한 맛(...)
자영업으로 살아 남기가 상당히 척박한 환경이다. 이놈의 나라는.
-'온마을'은 원래 가던 만두전골집이 문을 닫았길래 처음 방문했는데
와 예상외로 맛있어서 좋았다.
옛날 할머니집 같은 나무로 된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 자체도 정감 있었고
음식도 깔끔하게 나와서 맛있다. ^^
매우 배고팠기 때문에 사진 따위 없음 =_= ㅎㅎ
-그리고 카카오붐
카카오붐이야 홍대에 처음 생겼을 때부터 워낙 많이 갔어서 익숙.
핫초코랑 아이스 핫초코 진한 것을 시켰다.
계피 솔솔 뿌려 먹으면 향이 퍼져서 어쩐지 감기에 좋을 것 같은 근거 없는 믿음이 :-)
매장 옆에 초콜릿을 중탕하는 기관이 있어서
매장 안은 물론이고 그 주변까지 매우 진한 초콜릿 냄새로 가득 차 있다.
덕분에 식전에 여길 들어간다면 식욕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 ㅎㅎ
저 기계가 신기했는지 사람들이 가게는 안들어오고
자꾸 밖에서 사진만 찍어대서, 그 안에서 먹고 있는 우리는
그들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관찰당하고 있는 (...)
집에 귀가하다가 사온 프리지아.
향이며 색감이며 온통 나는 이미 봄이야! 라고 외치고 있다.
꽃집에서 스치듯이 봤는데 너무 반가워서 바로 집어들었는데,
들고오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
서울대입구 역에서 성민양꼬치를 갔는데, 평소에 엄청 늦게 열었던 것으로 기억해서 걱정하면서 방문.
그런데 바로 근처에 로향양꼬치라는 곳이 생겨서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2층에도 매장이 깔끔하게 생기고 2시에 개점하더라 '-'
평소처럼 꿔바로우랑 양꼬치 주문.
개점하자마자 들어가서 좀 우왕좌왕한 분위기였는데,
음식맛이야 변함없이 맛있다. >_<
식사 후에는 오랜만에 서울대 미술관 나들이.
전시 제목이 무려 숭고의 마조히즘.
입장료가 평소보다 너무 저렴해서 뭐지 했는데, 전시 작품 자체가 많지 않았다.
30분 정도면 모두 볼 수 있는 정도기 때문에 방문할 사람은 참고할 것.
전시 주제를 간단하게 풀자면, 어떤 작품을 감상할 때
관객이 나름대로 감상을 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작가가 설정해 놓은 틀을 벗어날 수 있는지,
관객과 작가 중 누구에게 더 큰 재량이 부여되는지에 대한 것.
그런데 이미 대부분의 전시들 자체가 작가에게 더 큰 힘이 있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들이라서 이걸 왜 질문했는지 =_=;;; 의문이 생길정도였다.
전시 자체에는 만족했지만, 차라리 숭고의 권력 정도로 전시명을 바꿔야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전시의 제목틀부터 글자 아래 흰 공백을 둬서 관객이 채울 수 있게 해놨지만,
누구라도 '숭고의 마조히즘'이라고 읽게 되어 있지 않은가;;
2-5시는 도슨트 시간이라 설명을 들으면서 이동했다. :-)
연휴 기간이라 역시 사람이 없어서 우리가 전세낸 분위기(...) ㅎㅎ
인상 깊었던 작품 몇가지만 찍어왔는데, 가장 재밌었던 건 아래 작품
팬티 같은 곳에 들어가는 평범한 흰 고무줄로 공간을 구분해놨는데
아이보리패턴 아래서 빛이 부옇게 스며들어서 미학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작가는 관객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동선을 제한해서
작품 생산자가 가지는 권력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저 공간을 지나가려면 저 고무줄들을 헤치고 고개를 숙여서 통과해야하는데
작품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걷는데 억압당하는 느낌보다는 기분이 좋았음(...)
이건 미술관에 가면 작품 앞에 세워져 있는 안전바.
보통 저 바를 절대 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 작가는 저 곳을 넘어야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게 배치해놔서
기존의 미술관이 가지는 통념들을 깰 수 있게 해줬다.
나도 처음 넘어본 것 같은데 폴짝 하고 넘을 때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나쁜 짓을 했을 때의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ㅎ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양-산본 (0) | 2015.03.17 |
---|---|
요즘 지름 목록 (0) | 2015.03.05 |
오크밸리 & 뮤지엄 산 (0) | 2015.02.06 |
휴일은 청소와 요리. 짐정리 끝 ~ (2) | 2015.01.20 |
입욕제 구매 (0) | 2015.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