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독일인의 사랑-막스 뮐러 본문
이 책을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들어서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겉표지에 천사처럼 아련한 미소를 가진 여인이 그려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슬퍼서 선듯 손에 집어서 계산했던 것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이 책을 그 나이에 읽었다는 것이
내 스스로가 너무 맹랑해서 한대 꿀밤을 먹이고 싶다..
당시 막스 뮐러 특유의 읊조리는 말투나
계속되는 종교적인 독백 부분이 지루해서
꽤 신파조의 글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여자주인공이 죽는 뻔한 스토리는 눈물조차 나지않을만큼
냉정해져버렸지만...이 책은 좀 느낌이 다르다.
많은 작품들을 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그 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소화해낼 수 있을 때
그리고 소화해도 좋을만한 좋은 작품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번쯤 시도해보라.
두 대의 기차가 서로 엇갈리며 철로 위를 질주하는데
너를 향해 인사를 하려는 듯한 낯익은 눈을 발견했을 때
손을 내밀어 너를 스쳐가는 친구의 손을 잡아보라.
그러면 너는 아마도 알게 되리라.
왜 이 세상에서 인간은 말없이 인간을 스쳐 지나가는 지를.
독일인의 사랑에 나오는 사랑은 열정적이거나
금방이라도 활활 타오를 것같은 불같은 사랑이 아니다.
그보다는 좀더 은근하고 애절한 사랑이다.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어렷을 때부터
끊임없이 되새기며 살아온 소녀..
그녀가 동생에게 나누어주던 그 반지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일종의 징표가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을 기억해줄 사람 없이 그대로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분명 무서운 일이니까..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그녀는 결정의 순간을 마냥 미루려는 듯 나직한 소리로 물었다.
"왜라니요? 마리아! 어린애한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십시오. 꽃한테 왜 피었느냐고,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화려한 테크닉을 통해 얻어지는게 아닌 것 같다..그저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몸이 움직여지는 것일뿐..
읽은 후에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
막스 뮐러의 아름다운 문체도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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