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예술기행-곽재구 본문
모든 인간들은 `역마`에 대한 꿈을 어느 정도 안고 산다. 먼지와 소음에 뒤덮인 일상을 훌훌 떨치고 아무런 구애받음도 없이 산맥과 사막과 강물을 바람처럼 떠돌고 싶은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곽재구의 포구 기행도 물론 좋았지만 이 책 역시 내겐 읽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참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문장의 아름다움과 생각의 아름다움을 모두 말한다.
‘곽재구의 예술기행’에는 저명한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만 있는 건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늘 여행길에 올랐던 곽시인의 내적 성숙과 온갖 희로애락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 담겨있고 그가 만난 포구의 불빛, 골목의 풀 한포기, 산사의 새벽도 있다. 무엇보다 그가 만난 평범한 사람들, 어부·다방아가씨·장사꾼·촌로들의 진솔한 삶이 우리의 주눅든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경향 신문 서평 중-
곽재구는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여행하며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와 꽤 비슷한 형식이지만 시인에 국한되지 않고 윤이상, 김환기등의 작곡가 화가까지 그의 관심 대상에 들어 있다. 그의 기본 관심사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다.(사실무엇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어느 기분 좋지 않은 날이었다. 비가 올것같이 구름이 잔뜩 끼고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우울한 날에는 늘 그렇듯이 서점에 들린 나는 김환기와 윤이상과 서정주를 만났으며, 헤세의 시집을 다시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곽재구가 들려주는 이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나는 위로를 받았다.
특히 나는 윤이상이 자신의 고향인 통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루이제 린저에게 이야기한 부분에 매혹되었다. 나는 윤이상의 음악을 모른다. 그러나 통영에 대한 추억은 적지 않게 갖고 있으며 달아공원에서 보는 다도해의 아름다움은 내게 큰 인상을 남겼기에 나는 윤이상의 말을 더 아름답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에 대해서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종종 나를 데리고 밤에 고기를 낚으러 바다에 나갔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조용히 배 한가운데 앉아서 고기가 뛰는 소리와 다른 어부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노랫소리는 배에서 배로 이어져 계속되었지요. 소위 남도창이라고 불리는 침울한 노래로 수면이 그 여운을 멀리까지 퍼뜨렸습니다. 바다는 공명판 같았고 하늘에는 별이 가득 차 있었지요
아버지와 함께가 아닌 혼자 겪은 바다 체험도 있습니다. 밤에 혼자 고기 잡으러 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그래도 몰래 갔습니다. 아주 좋은 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5킬로미터 정도 걸어가야 했습니다. 그곳은 암초로서 바다에서 15미터 정도 험준하게 깎아 세워져 있습니다. 한 손에 낚싯대를 들고 등에 바구니를 짊어지고 위험한 절벽을 대담하게 기어올랐지요. 나에게 중요한 것은 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거기에 앉아 있는 일이었습니다. 오로지, 혼자서, 별하늘 아래, 여름 밤하늘에는 무수한 유성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이런 인적 없는 밤의 세계는 나에게 불가사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절벽까지 가는 도중과 기어올라갈 때에는 두렵고 불안했지만, 거기에 앉으면 불안이 가시고 진정으로 행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경험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더 소중하다. 윤이상의 신비로운 경험은 그의 음악으로 또 곽재구의 글로 형태를 바꾸어 지금 나에게 그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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