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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NT Live.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햄릿

DidISay 2016. 12. 1. 16:33

영국 내셔널 씨어터의 연극을 라이브로 중계하는 NT Live.


올초에 국립 해오름극장에서 상영했을 때 보러 갈까 했는데

추운 날씨에 거리도 멀고 번거로워서 패스했었다.


그런데 근처 메가박스에서 일주일간 상영한다길래

시간을 쪼개서 빠듯하게 보고 왔음.

가격은 15000원으로 전국 동일한 듯,

 




초반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작품에 임했을 때의 심정과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액터스쿨에 찾아가서 학생들의 연기를 보는 등의

다큐멘터리가 짧게 삽입이 되어 있다.


그리고 나서 3시간 정도의 연극이 인터미션 없이 쭉 상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3시간 작품이면 5분이라도 중간에 휴식 시간을 좀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구나 이건 영화가 아니라서 충분히 중간에 텀을 줄 수 있을텐데도

그냥 바로 넘어가서 나중엔 약간 피로한 감이 있었다.




좋은 점은 무대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들.

어느정도 현대적으로 극을 만들어 내려고 애쓴 느낌이 많이 났고,

(배우들이 후디티나 체크무늬 셔츠, 청바지 등을 섞어 입고 연기를 한다)

보면서 색다르게 다가왔던 것은

학생들이 연기할 때 오필리어 역을 흑인 여학생이 맡은 것.


그리고 실제 극에서도 정부 대신들 중에 여성들이 끼어 있다거나,

오필리어의 오빠인 레어티스가 흑인 남성인 점이 좋았다.

오필리어의 해석도 여리여리한 금발 배우가 아니라

어느정도 강인한 인상의 여성이 맡아서 굉장히 모던한 느낌이었다.




중간 중간 연극이지만 영화의 느낌이 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건 스크린 상영에서의 카메라 워크 때문이 아니라

흙가루를 무대 가득 바람으로 쏟아부어서 모래바람 느낌을 준다거나,

중앙의 배우가 독백을 할 때 주변 배우들이 아주 느리게 행동을 해서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거나 등등의 상황이 좋았다.


그리고 가끔 바로 코 앞에서 극을 보다 보면 귀족이나 왕의 설정인데도

너무 의상이나 세트가 조잡스러워서 눈에 거슬릴 때가 있는데

그런 점도 없었음.





단점은 모국어로 된 연극이 아니다 보니

대사들이 너무 번역+문어체가 될 수밖에 없어서

좀 작위적이고 듣다보면 질려서, 약간 지치게 하는 면이 있었다.


마치 소설책을 계속 나레이션으로 듣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건 원작 자체가 저런데다가 한국 배우들이 연기한 작품이 아니니 

어쩔 수 없을 듯.




오랜만에 고전극이라 내가 좋아하는 그리스서사극을 오랜만에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