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나뭇잎의 마법 본문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에...
아주아주 커다란 운동장을 가진 학교로 전학을 간적이 있었다.
그 커다랐던 운동장에는 길쭉길쭉한 나무들이 또 그렇게
끝도 없이 서있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그 작은 키에
높다랗게 보이던 그 나무들이 얼마나 커보였는지
여름에는 그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좋아서
가을에는 나무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질때
그것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어느 친구의 말에 하염없이 하염없이
우리모두 그 아래에 서있었더랬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가을이 되어 커다란 잎들이 하나하나 쌓여갈 때
짙게 학교 전체를 감싸던 그 나무향들이다.
정말 말그대로 暗香(암향)이라 할만하다...
아침에는 흔히들 그렇듯이 청소를 했었는데
워낙 나무가 많았던 학교의 특성 상
그 나뭇잎들을 줍고 한데모아
후에 땅의 밑거름이 될수 있도록 해야했다.
그 모아놓은 나무잎들은 또 추위가 와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을 때까지
진한 향을 발하였다..
다시 전학을 간 후에도
그리고 지금 어른이 되어 어린시절이 기억날 때면
고등학교의 길목 양쪽에 있던
눈이 부시도록 빛이나던 노란색 은행잎들을 생각할 때면
난 그 진한 나무향이 그리워진다.
인조적으로 만들어낸 정원보다는 한국의 자연스러운 미를 좋아하고
깎아내고 계산해서 만든 판화보다는
나무결을 그대로 살린 판화를 즐기는 나로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나무나 꽃의 향보다는
좀더 거칠지만 투덕투덕한 멋이 있는 그 향이 그립다.
아주아주 커다란 운동장에 길쭉길쭉한 나무들을
바라보던 그 시절의 작디작던 꼬마들은 내 친구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리고 그 향들은 여전할까?....
다시 그 향을 맡는다고해도 그 잎을 바라본다고 해도
소원을 들어준다는 나뭇잎의 마법을 더이상 믿지않을
내가 그리고 세월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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