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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서편제 - 광림아트센터

DidISay 2022. 9. 21. 20:01

오랜만에 보러 간 공연.

 

코로나 이후로 처음 예매한 뮤지컬이라 두근두근했다. ㅠ

평소에 이자람씨의 공연을 좋아해서 무슨 공연을 하는지 찾아보다가

이번이 마침 서편제의 마지막 시즌이라고 해서 예매를 했다.

 

사실 원작인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의 내용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보고 기분이 별로 안좋아질까봐 볼까말까 망설였는데 배우 하나 믿고 예매함...

 

 

J가 휴가를 낸 날이라 느긋하게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침부터 꽃게 8마리랑 새우 1kg 손질 같이 하고 ㅋㅋㅋㅋ

마트 가고 집안일 몰아서 했더니 둘다 피곤해서

누워서 쉬다가 아아 마시고 출발을 했다.

광림아트센터는 광림교회 내부에 있는 건물인데,

퇴근시간대이기도 하고 이쪽 길이 좀 복잡한 편이라 여유 있게 도착.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터라

간단하게 무화과랑 요거트만 먹고 출발했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J가 배고프다고 해서 ㅎㅎ

근처 바르다김선생에 가서 우동이랑 김밥을 먹고 들어갔다.

오랜만에 먹은 우동이라 맛있었음!

 

생각보다 앞자리라 현장감 있게 보기 좋았다.

 

내용이 내 기준 좀 껄끄러운 것들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이상하게 공연 시작할 때 노래부터 눈물이 나더니

공연 중간중간 계속 울면서 봤다.

 

내용의 유쾌함이나 도덕적인 옳고그름을 떠나서

노래 자체가 주는 울림이 있었다.

 

 

 

무대의 구성이나 활용도 좋았고,

송화의 가족들이 길을 걸어갈 때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표현들도 좋았다.

 

집에서도 괜히 먹먹해져서 관련된 노래들을 찾아봤던..

가을밤에 어울리는 좋은 공연이었다.

 

 

 

내내 생각났던 시..

 

 

득음은 못하고, 그저 시골장이나 떠돌던

소리꾼이 있었다, 신명 한 가락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이던 흰 두루마기의 그 사내

꿈속에서도 폭포 물줄기로 내리치는

한 대목 절창을 찾아 떠돌더니

오늘은, 왁새* 울음 되어 우항산 솔밭을 다 적시고

우포늪 둔치, 그 눈부신 봄빛 위에 자운영 꽃불 질러 놓는다

살아서는 근본마저 알 길 없던 혈혈단신

텁텁한 얼굴에 달빛 같은 슬픔이 엉켜 수염을 흔들곤 했다

늙은 고수라도 만나면

어깨 들썩 산 하나를 흔들었다

필생 동안 그가 찾아 헤맸던 소리가

적막한 늪 뒷산 솔바람 맑은 가락 속에 있었던가

소목 장재 토평마을 양파들이 시퍼런 물살 몰아칠 때

일제히 깃을 치며 동편제* 넘어가는

저 왁새들

완창 한 판 잘 끝냈다고 하늘 선회하는

그 소리꾼 영혼의 심연이

우포늪 꽃잔치를 자지러지도록 무르익힌다

- 배한봉, 「우포늪 왁새」

 

 

 

덧) 공연 관람시 5천원 할인권을 받아서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티켓발권할 때 주차할인권을 꼭 받아야 함. 

지하와 지상이 엘베로 연결되어 있고, 사전정산 가능.

 

공연이 끝나고 나서 한국 사람들 정말 빨리빨리 움직인다고 느낀게 ㅎㅎ

다들 공연장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엘베 기다리는게 싫어서

계단으로 내려감....

 

vip석은 한층 아래에 있어서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때문에 

엘베를 바로 타는게 불가능해서 계단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내려가면서도 설마 여기서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갈까 했는데 

네...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계단으로 내려간 뒤에 주차장에서 바로 빠져나왔는데

놀라운건 우리가 처음 빠져나가는게 아니었다 ㅎㅎㅎ

 

그런데 잊어버리고 주차할인권 안받은 사람들은 바로 나가질 못하고 

굉장히 번거로워지니 꼭 할인권 받아서 사전정산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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