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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어 책 읽기

관내분실 - 김초엽

DidISay 2022. 10. 19. 20:07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흔히 애증이 얽힌 사이로 표현된다. 예컨대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을 재현하기를 거부하는 딸.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앓는 딸과 딸에 대한 애정을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하는 엄마. 여성으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 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 대개는 그렇다. 한때는, 지민도 엄마와 자신 사이에 그런 애착과 복잡미묘한 감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았다.

 

 

스무 살의 엄마, 세계 한가운데에 있었을 엄마,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이었을 엄마. 인덱스를 가진 엄마. 쏟아지는 조명 속에서 춤을 추고, 선과 선 사이에 존재하는, 이름과 목소리와 형상을 가진 엄마.

지민은 엄마를 상상했다. 어쩌면 한때 그녀는 지민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도 아이를 가져서 두려웠을까. 그렇지만 사랑하겠다고 결심했을까. 그렇게 지민 엄마라는 이름을 얻은 엄마. 원래의 이름을 잃어버린 엄마. 세계 속에서 분실된 엄마. 그러나 한때는, 누구보다도 선명하고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이 세계에 존재했을 김은하 씨. 지민은 본 적 없는 그녀의 과거를 이제야 상상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엄마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를 구성하는 인덱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한 인생의 마지막에서 나의 삶의 궤적을 고유하게 나타내게 되는 물건들은 무엇이 될까를 생각하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