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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피트니스 - 류은숙

DidISay 2023. 4. 4. 14:30

첫날 운동을 마치고 나오니 소감이 어떠냐고 지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움직여 주저 없이 답을 보냈다.
"개처럼 굴려요."
동물 차별이나 동물 학대에 해당하는 듯한 '개처럼 굴린다'는 말이
'아주 힘들다'는 뜻이 된 건 어떤 연유에서였을까.
 
학창 시절 본 스웨덴 영화 <개 같은 내 인생>에서 ‘개 같은’이라는 말은
‘아주 좋고 부러워할 만한’이란 뜻이라 해서 문화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한국에서 ‘개 같은’의 의미는 정반대로 문명 속에서 살아감에도
인간답지 못한 삶을 강요당하고 자연 속 네 발 짐승처럼 구는 비인간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던가.
 
 
나이가 40에 가까워지면서 스스로 운동에 대해 갖는 마음과 목표가 많이 달라졌는데,
운동에서 중량을 늘리거나 몸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수치상의 목표보다는
신체의 균형을 맞추고 기능성을 향상하려는..
일상생활에서의 유용함과 다가오는 노년을 건강하게 맞이하는 것에
좀더 포커스를 맞추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생각과 비슷한 저자들의 책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책이다.
 
이전에 피톨로지의 이소영 대표가 쓴 <생존체력, 이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도
비슷한 맥락에서 흥미로웠다.
 
이 책 역시 운동과 거리가 먼 삶을 살던 저자가 PT를 받게 되면서의 체험을
에세이로 풀어냈는데 <아무튼~ > 시리즈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읽었다.
 
이 책이 독특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인권 운동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작가의 특성 때문에
트레이너의 노동환경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24시간 돌아가는 헬스장들을 볼 때...
새벽부터 자정까지 운영되는 PT들을 볼 때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쯤 쉴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요즘 나의 마음이 다른 누군가의 워라벨을 해치면서 얻게 되는 편리함 보다는
차라리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같이 쉴 수 있는 사회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위트 있는 농담들이 중간중간 섞여있어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여자는 체력> 책처럼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