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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공지영

DidISay 2012. 1. 23. 03:32

하기는 이 세상에서 한 마디 말로는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관계들이 있긴 했다.

미송이 그렇고 자신과 현준의 사이가 그렇고

또 많은 사람들이 부족한 단어의 의미로

자신과 타인의 거리를 메우려고 애쓰고 있을 것이다.

관계라는 것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그 이름을 짐작할 뿐.

 

줄거리

<착한 여자>는 70~80년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상 - 왜곡된 가부장인 아버지와 매맞고 살면서도 가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가난하게 자랐고,

공부는 잘했지만 형편상 대학진학을 못하고 취직한 고졸 여성

주인공 오정인의 서른네 해의 삶을 그리고 있다.

말하자면 오정인은 봉건사회의 유제와 산업화의 과도기 속에

있는 많은 한국여성들의 표상이다.

그녀는 현실에서의 탈출과 가정에서의 안락한 사랑,

행복 따위를 갈구하지만 방탕한 남편한테서 끊임없는

멸시와 구타를 당한다.

정인의 고향 친구로 출판사를 운영하는 페미니스트 독신녀

미송과 정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가득 찼지만,

결혼에 이르지 못하고 학생운동에 투신하는 이웃집 오빠 명수는

동시대 지식층 젊은이들의 고뇌를 상징한다.

이들은 정인이 폭력적인 가정생활을 깨고 나오도록 돕고,

정인은 마침내 이혼한다. 미송의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정인은

그곳에서 만난 운동권 출신의 소설가 남호영과 사랑하게 되면서

삶에 대한 희망으로 부푼다.

그거 말이야.좋은 옷 보면 생각나는거.

그게 사랑이야

맛있는 거 보면 같이 먹고 싶고,

좋은 경치 보면 같이 보고 싶은 거,

나쁜게 아니라 좋은 거 있을 때,

여기 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거,

그게 사랑인 거야.....

그건 누가 많이 가지고 누가 적게 가지고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닌 거야...

 

그러나 첫 남편과 남호영은 `속물`과 운동권이란 차이에도

왜곡된 여성관 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남성상을

대표한다. 결국 남호영에게도 버림받고 정인은 자살을

기도하지만, 이미 뱃속에 잉태돼 있던 새 생명의 태동을

느끼면서 다시 일어선다. 모든 것을 깡그리 상실한

절망의 벼랑에서도 희망의 싹은 움틀 수 있다는 생명에의

외경이 그녀로 하여금 진실한 사랑의 실체를 희미하게나마

보게 한 것이다.

정인은 이후 남편과 큰 아이를 사고로 잃은 변호사 이인혜와

함께 가족을 이룬다. 두 사람은 남녀결합구조인 가족을 상실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사랑과 상처를 서로 나눠가지는 가정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가족을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완전탁아시설을 만들어 버려진 아이들을 키운다.

 

하지만 서른이 반이나 넘어가는 요즘 나는 생각해.

고시를 보고 변호사가 되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구

말이에요. 더 많은 여행을 떠나야 했고 더 많은 사람들과

길을 가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고,더 많은 술을 마시고

더 많은 강에서 수영을 했어야 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더 많은 남자와 연애를 하고

더 많은 실패를 했어야 했다고...

그래서 그 실패를 되새기면서 배워야 했었던 거야.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결혼하기 전에 아니,하다못해 엄마가 되기 전에라도...


마침내 `모든 이들의 어머니가 된` 정인이 외국서 귀국하는

명수 오빠를 마중하러 나가는 것으로 소설을 끝난다.

두 사람의 재회는 홀로 일어선 여성성과 남녀가 더불어 사는

삶에 동의한 남성성의 진정한 결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암시를 던진다.


사람마다,경우마다 모든 것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기 위해서.라고 스스로 확신하는 그 순간에조차,

모두 그저 제 자신의 경우에 비춰보고 행동하는 것이다.

 

서로 살 비비고 지내면서 그게 다 내 살인 줄 알았나봐,

헤어지려니까 그게 싹둑 베어지지가 않아...

어디가 내 살이구 어디가 그 사람 살인지

둘다 잊어버린 거야.그래서 그 사람,

하는 수 없이 내 살점까지 다 떼어가버린 것 같아.

 

안되는 건 안 되는거라고 가만히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있으면 돼요.

가끔 떨어져서 내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예요.

그러면 알게되요.

세상은 신비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참으로 작은 존재라는 걸...

우리는 우주가 아닌 거예요


처음에는 꽤 지루했지만 읽을 수록 점점 속도가 붙은 작품이다.

이번에도 내가 좋아하는 공지영 특유의 사회의식이 담겨져 있다.

여성문제라든지,사회변화기의 인간군상들의 모습들..

 

이런 것들이 정인이라는 여성의 삶과 어우러져 펼쳐지고 있다.

 

착한 여자..가 바보같고 버리기 쉽고..놀기 쉬운

그런 어리석은 여자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세상은 참 슬프다.

 

하지만 사회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자신을 위해 사회가 변화하지는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