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수도원기행-공지영 본문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맺는 관계는 얼마나 될까..
그중에 좋은 인연,,향기나는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실제로는 애증이 섞이기도 하고, 살의를 느낄 정도로
남보다도 못한 관계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가 아닐까 싶은데..
그 잊고싶고 버리고 싶은 업보를 참된 마음으로 용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송봉모 신부님의 '상처와 용서'라는 책에 그런 말이 나온다.용서는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그래 그 사람도 이런 사정이 있었어,그러니 나한테 잘못했을 거야."
이렇게 말하는 것은 값싼 용서이고, "나는 그 사람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 사람을 용서하게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게 진짜 용서라고...
H.나우엔의 말처럼 우리는 "상처를 딛고 일어설 자유"를 얻어야 한다. 나 역시 많이 편해진 후에,돈이나 명예,사랑이나 이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날마다 되뇌며 살던 어느 날 깨닫게 되었다.내가 상처에 대하여,그것이 차마 집착인 줄도 모르고,그 어느 것보다 더 무섭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18년만에 성당에서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고해성사를 했다는 공지영 씨가 쓴 유럽의 수도원 기행집이다.
평범한 에세이집이나 여행견록문 정도로 생각되기 쉬운데, 의외로
그녀의 소설보다 더 담담히 사색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만약 이 책이 기독교 신자로 유명한 어느 작가나,신도가 쓴 책이었다면 난 이걸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끝까지 그리 거부감도 없이 이 책을 읽어내려 간 것은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공통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것들...그런 감정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게다가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수도원 자체의 예술미나 성서 구절들을 풀어내려 가고 있다는 것이다...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느 광신도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내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전에,누구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것,노랍게도 행복에도 자격이란 게 있어서,내가 그 자격에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도 할 써튼처럼 30대 중반을 넘기고 있었고 돌이키기 힘든 아픈 우두자국을 내 삶에 스스로 찍어버린 후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이나 시련은 간혹은 너무나도 커서
신을 원망하기도 하고,그 불가항력에 자포자기 하게 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원망하는 그 신에 어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의지하며 위안을 받기도 하다.
정말 신이든 부처든 아기동자든...아니면 그 어떠한 신을 믿든지 간에, 묵묵히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그 삶이 바로 신의 축복을..은총을 받은 삶이 아닐까 싶다.
"버리면 얻는다,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
空手來空手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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