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본문

소리내어 책 읽기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DidISay 2012. 1. 23. 04:14

여름에 읽은 책인데 지금에야 생각나서 포스팅;;-ㅁ-

 

보통 여행기를 보면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을 해놓거나

감상만을 늘어놔서 실제로 그 장소를 가보면

적잖이 실망하거나 배신감마저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은 환상과 이미지일뿐

실체와 다르기 때문에 안내책자만 보고 갔다가는

실망할 수 밖에 없다고 한 이유가 바로 저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빌 브라이슨의 이 책은 말그대로 발칙하다 :)

독설이 있기도 하고 조금은 썰렁한 유머가 있기도 하고

작가의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들도 자유롭게 녹아있다.

 

요즘 화려하고 사색적인 문장에 좀 질려가서

좀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책들을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중심에 놓여있;;-_-

 

가끔 너무 솔직하게 써놔서 당황스럽기까지 한데..

예를 들면 이런식 ㅎㅎ

 

 

그래도 뭔가 기능이 있다면 용서가 되겠지만 그는 퐁피두 센터의 진정한 기능이 무엇인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고 지은 듯 하다. 회합 장소인지 그냥 쉬다가 가는 곳인지 도무지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안에 들어가 보면 번잡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오르세 박물관 같은 공간감이나 조명, 웅장미가 전혀 없다. 그저 백화점 세일 첫날처럼 붐비기만 한다. 앉을 곳도 마땅치 않고 구심점도 없다. 시계탑도 없어서 약속을 잡을 때 퐁피두 센터 어디에서 만나자고 할 데가 없다. 중심이 없는 것이다.


건물 밖도 만만치 않다. 생 마르탱 거리에 있는 메인 플라자에는 한낮이 되어도 해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이 곳은 경사진 곳에 세워진 데다가, 어둡고 비가 마를 날이 없으며, 역시 앉을 데도 없다. 차라리 그 경사면을 계단식으로 만들었다면 사람들이 앉을 수나 있지만 지금 상태에서 앉았다가는 바닥까지 미끄러질 것만 같다.

 

 

 

 

아침 8시 반 정도 되면 파리 시는 걷기도 곤란할 지경이 된다. 사람이고 교통편이고 소통량이 너무 많다. 대로마다 불완전 연소된 푸른 디젤 연기투성이다. 오스만 남작이 파리를 아름다운 도시로 재건한 것은 알지만, 이 사람은 교통의 흐름이라는 개념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개선문만 해도 열세 개의 도로가 만난다. 상상해 보라. 파리의 운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병적으로 공격적인 운전자들이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신경 약물인 소라진을 자전거 타이어 펌프만 한 주사기로 투약하고 가죽 끈으로 침대에 묶어놓아야 할 사람들이 모두 한 공간에 진입하여 열세 개 방향 중 아무 데로나 이동을 시도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게 사고를 내라고 고사를 지내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프랑스 인들은 심지어 내연 기관이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험한 운전으로 유명했다. 일찍이 18세기에도 파리로 여행하는 영국인들은 프랑스 사람들이 마차를 얼마나 험하게 모는지에 대해 언급하곤 했다.
'사람을 실은 마차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거리를 지나가며... 아이들이 마차에 치이거나, 치어 죽는 광경도 흔히 목격된다.'
크리스토퍼 하버트가 쓴 '여행기(The Grand Tour)'의 한 구절이다. 유럽 각국의 국민들이 적어도 300년 동안 고정관념에 충실하게 살아왔다는 내용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16세기에만 해도 여행자들은 벌써 이탈리아 사람은 수다스럽고 신뢰하기 어려우며 지독히 부패하고, 독일인은 식탐이 많으며, 스위스 사람은 짜증이 날만큼 거만하고 정리정돈을 좋아하고, 프랑스 사람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프랑스 인답다'고 묘사했다.......

.....보행자용 신호등이 외국 여행객에게 혼란과 모욕을 주고 잘만 하면 이들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게 문제였다.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해 보자. 일단 광장에 도착하면 모든 교통 소통이 정지되지만 보행자용 신호등은 빨간 불이다. 이때 보도에서 한 걸음이라도 벗어났다간 모든 자동차들이 당신을 향해 돌진하여 끈끈한 빈대떡으로 만들어놓을 것이다. 그러므로 보행자는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 1분 후, 앞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 다가와 자갈이 깔린 이 근사한 길을 주저 없이 건넌다. 그런 다음에는 전동 휠체어를 탄 아흔 살 먹은 할머니가 다가와 흔들흔들하면서 광장 반대편까지 400m나 되는 자갈길을 여유만만하게 건너간다.
그러나 반경 130m 안에 모든 운전자들은 입술을 축이면서 지나가기만 해보라는 듯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당신은 길을 건널 생각이 전혀 없으며, 당신이 파리에 온 진짜 목적은 이 세기말적인 가로등을 관찰하는 것인 양 행세한다. 1분 후 150명의 유치원생들이 교사의 인솔을 받으며 길을 건너고, 그런 다음에는 아까 길을 건너갔던 시각장애인 남자가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다시 길을 건너 돌아온다. 마침내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고 당신이 보도에서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자동차들은 일제히 당신을 향해 맹렬히 돌진한다. 내 말이 비이성적이고 편집증 환자처럼 들리는가? 그래도 괜찮다. 파리 사람들이 내가 죽기를 원한다는 점만은 사실이다....

 

 

책 표지도 노란색으로 예쁘고 내용도 시원시원해서

답답할 때 읽으면 기분 전환이 된다.

 

시험끝나고 지하철 타고 가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