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 본문

소리내어 책 읽기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

DidISay 2012. 1. 23. 04:16

..

 

와, 암만 봐도 신기한 일이다.

 

지난해 항암 치료 받을 때 머리가 빠져 돈짝만큼 휑하니 비어 있더니 치료가 끝나자마자 포실포실 아기 새 솜털처럼 머리칼이 나서, 지금은 언제 빠졌었느냐는 듯, 전혀 표시 안나게 머리털로 덮여 있는 것이다.

뿐인가, 항암제 부작용으로 입 가장자리에 심한 염증이 생겼던 것도 꺠끗이 아물고, 방사선 치료 떄문에 꺼멓게 탔던 목살도 한 차례 검은색 비늘을 벗더니 이제는 아주 하얗고 부드러운 새살이 되었다

 

새로난 머리털과 보드라운 내 목살을 만져 보고 나는 새삼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따. 있어야 할 데 머리털이 없는 것은 얼마나 사람을 주눅들게 하던가, 입가의 염증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하지만 인체는 너무나 신비해서 그 위대한 복원력으로 다시 머리털이 나게 하고 상처를 아물게 했다. 새로 나온 머리에도 흰머리가 두어 개 섞이고 새로운 목살에도 주름은 있지만, 아무리 봐도 그것들은 아까 그 아줌마의 '어린'얼굴이나 성형 탤런트의 뾰족코보다 더 대견스럽고 아름답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생긴 거야 어떻든 내 눈 코 입이 제자리에 있어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리고 우리 인체란 생긴 그대로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자연의 법칙에 모든 것을 맡기고 주름이야 생기든 말든

웃고 싶을 때 실컷 우하하하 웃으며 나의 이 기막힌 아름다움을

구가하며 살면 그만이라고..

 

 


백만년만의 책을 읽고 남기는 흔적;

그동안 읽은 책은 많은데 시간도 없고해서 따로 기록을 안남겼더니

뭔가 횡한 마음이 들어서..:)

 

사실 이것도 최근에 읽은 것이 아니라

장영희 님이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서 본것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 조금 울었던 것 같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하지만 글은 여전히 참 다사롭다.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