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 본문
..
와, 암만 봐도 신기한 일이다.
지난해 항암 치료 받을 때 머리가 빠져 돈짝만큼 휑하니 비어 있더니 치료가 끝나자마자 포실포실 아기 새 솜털처럼 머리칼이 나서, 지금은 언제 빠졌었느냐는 듯, 전혀 표시 안나게 머리털로 덮여 있는 것이다.
뿐인가, 항암제 부작용으로 입 가장자리에 심한 염증이 생겼던 것도 꺠끗이 아물고, 방사선 치료 떄문에 꺼멓게 탔던 목살도 한 차례 검은색 비늘을 벗더니 이제는 아주 하얗고 부드러운 새살이 되었다
새로난 머리털과 보드라운 내 목살을 만져 보고 나는 새삼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따. 있어야 할 데 머리털이 없는 것은 얼마나 사람을 주눅들게 하던가, 입가의 염증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하지만 인체는 너무나 신비해서 그 위대한 복원력으로 다시 머리털이 나게 하고 상처를 아물게 했다. 새로 나온 머리에도 흰머리가 두어 개 섞이고 새로운 목살에도 주름은 있지만, 아무리 봐도 그것들은 아까 그 아줌마의 '어린'얼굴이나 성형 탤런트의 뾰족코보다 더 대견스럽고 아름답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생긴 거야 어떻든 내 눈 코 입이 제자리에 있어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리고 우리 인체란 생긴 그대로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자연의 법칙에 모든 것을 맡기고 주름이야 생기든 말든
웃고 싶을 때 실컷 우하하하 웃으며 나의 이 기막힌 아름다움을
구가하며 살면 그만이라고..
백만년만의 책을 읽고 남기는 흔적;
그동안 읽은 책은 많은데 시간도 없고해서 따로 기록을 안남겼더니
뭔가 횡한 마음이 들어서..:)
사실 이것도 최근에 읽은 것이 아니라
장영희 님이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서 본것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 조금 울었던 것 같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하지만 글은 여전히 참 다사롭다.
편히 쉬세요..
'소리내어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플로렌스 포크 (0) | 2012.01.23 |
---|---|
동물원에 가기-알랭 드 보통 (0) | 2012.01.23 |
일의 기쁨과 슬픔-알랭 드 보통 (0) | 2012.01.23 |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0) | 2012.01.23 |
21세기를 사는 지혜,배신 (0) | 2012.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