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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조경란

DidISay 2012. 1. 23. 04:13

요리사는 자신을 긴장시키는 손님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스테이크를 시키면서

웰던으로 구워달라고 요구하는 손님은 무시하게 된다.

닭요이를 시키는 손님도 그렇다.

뭘 먹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이탈리안 식당에 와서 시키는 게 닭요리다.

웰던 스테이크는 고기맛을 모르는 사람이 먹는다.

미식가들은 메뉴에 없는 요리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오리 한 마리를 구워도 선택적으로 먹고

닭도 살이 오른 어린 닭이나 거세된 수탉만 먹는다.

가능하다면 18세기처럼 식탁에 백조요리라도

올려놓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미각이 먼저 입술이라는 기관을 통해서

 촉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음식이 입에 닿는 그 첫 느낌,

그 즐거움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두루미의 입보다 더 긴 입을 갖고 싶어하며

음식이 위장으로 내려가는 동안의

그 만족감과 쾌감을 더 즐기기 위해서

두루미처럼 긴 목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체사레 리파가 그린 <폭식>이란 그림 속에서 풍자된 폭식가들처럼

터질 듯 뚱뚱한 배와 두루미 목을 가진

극단적인 쾌작주의자들이다.

음식에 대한 직관련이 뛰어나고

충격적인 것은 뭐든지 먹는 사람들이며

먹고싶은 게 있으면 죽음에 대한 위협도 불사하는 사람들,

미식가들이 복어요리를 좋아하는 건 죽음의 가능성 때문이다.

지문이 뭍어날 만큼 얇게 칼로 저며낸 복어를 한점 입에 넣을 때

죽음의 공포와 흥분으로 입술은 붉게 달아오르며 떨린다.

정신이 고양되고 흥건히 침이 고인다.

복어 한 점은 불충분한 말처럼 혀 위에 놓여 있다가

이윽고 무심코 흘러나온 거짓말처럼 축축한 혀를 지나

목구멍 속으로 유연하게 삼켜지고 미끄러진다.

비로소 미식가들의 얼굴에 천진한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