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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어 책 읽기

안녕 시모키타자와-요시모토 바나나

DidISay 2012. 1. 23. 04:26

 

 

 

아주 오랫만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뽀얗고 흰 표지에 단풍 같은 삽화들...

마치 가을의 고운 거리 같다.

 

별 기대 없이 들었던 책이었는데, 

읽는 내내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죽음을 이렇게 일상적으로 다룬 책은

여전히 너무 힘들다.

 

 

 

 


“아무 의도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확대된 어수선한 거리 구조는 인간의 너저분한 치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가 꽃을 쪼아 먹는 모습이나 뛰어내리는 고양이의 매끄러운 몸놀림만큼이나 아름다워서, 실은 인간의 무의식 속 아름다운 부분이 아닐까 한다. 새로운 어떤 일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다 탁하다. 하지만 마침내는 깨끗한 흐름을 이루고 자연스러운 움직임 속에서 조용히 영위된다.”


그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옳은 말이라고 공감하는 동시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후로 몇 번이나 보면서 외우고 또 용기를 쌓았다. 어렴풋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언어로 분명하게 말해 주면 이렇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안에 가끔, 아빠가 살아있을 때처럼 그냥 있어. 그럼 엄마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 머릿속이 엉켜 버려. 말은 할 수 없고, 딱히 눈길이 마주치는 일도 없는데, 그냥 어슬렁거리는 거야.

정말 살아있을 때처럼, 서로가 공기처럼 당연히 있는 옛날 느낌 그대로야. 그 느낌이 살아 있을 때랑 너무 똑같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

 

 

 

사람은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살 수 없다. 명확하고 반듯한 이유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이 산산히 흩어질 테고 기분도 좋지 않으니까, 납득한 척 하면서  자신을 간신히 유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빠에게는 '긴 하루의 끝에 별거 아닌 일이라도 엄마에게 잠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아빠가 직접 그렇게 말했으니까 틀림없다.

 

결혼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늘 말했다. " 세상에는 별거 아닌 일을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의외로 많지 않거든" 이라며

 

 

 

 

아빠의 진심을 아는 사람은 아빠 자신뿐이라서 슬프다.나는 평생 알 수 없고,

그리고 아빠가 자신의 진심을 외면하고 싶어했으리란 것도 슬프다.

 

 

 

일상이란 그런 때에도 유지되어야 하고, 또 어떻게든 유지된다. 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사람과 아무 차이 없는 것처럼 태연해 보이는 자신이 신기했다. 속은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은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