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불편한 드라마 본문

스쳐가는 생각

불편한 드라마

DidISay 2012. 1. 22. 02:15



요새 날이 더우니 잠을 새벽까지 못자서

집에서 에어컨이나 틀고 드라마를 보는 생활이

종종 내 방에서 재현되곤 한다.

 

보통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인데

첫번째는 일단 티비가 없으니 시간내서 챙겨보는 일이 드물고

둘째는 특히 한국드라마를 볼 때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그 속에 녹아져있는 문화,사회적인 터부나 편견들이 불편하고

세번째는 1,2의 이유로 굳이 시간을 투자해서 보자면

훨씬 더 좋은 영화 등의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하다.

 

아무튼 저런 이유들을 다 이겨내고 간혹 보는게 식객인데

만화와 영화로 한차례씩 봤던 거라 드문드문 보아도

별 무리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긴 중간에 건너뛰어도 몇편의 방송분이나 음악들, 인물들의 음성들을 보면 그다지 지장없이 그 끝이며 전개과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부분의 한국드라마니까.

 

아직까지는 한국음식 특유의 색감도 참 예쁘게 나오고

사용되는 그릇들도 단아해서 별불만없이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불편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은 도축한 육류를 부위별로 나누는 직업인 정형사가  그 직업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졌음에도 소위 백정이라는 이유로 딸의 결혼을 파혼당하고,그 충격으로 5년간 칼을 잡지 않은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직업에 귀천을 나누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라

그 직업이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부도덕하지 않다면

그 나름대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온갖 더러운 짓 다하는 정치꾼과 자기가 할 수 있는 힘껏

땀흘려 일하면서 벌어들이는 건강한 노동자를 생각해 보면 

육체노동은 미천한 것이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예전에 교생을 나갔을 때 모선생님이 어떤 아이가 미용사나 요가선생을 장래희망으로 쓰자 다시 써오라고 하셔서 물어보니

아직 중학생인데 저런 직업을 꿈으로 품어서야 되겠냐고

말하는걸 보고 좀 어이가 없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때 느꼈던 묘한 기분나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왜 항상 여성은 파혼을 당해야하는 피해자이자

징징거리고 신경질적인 인물로만 그려지는지 이해할수가 없는..

여자들이 울고 짜증낸다고 주변에서 다 해결해줄만큼

적어도 내가 살고 느끼는 실제 세상은 그리 만만치않다.

 

편견을 만드는건 매체의 힘이 크다.

저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평소에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정육점 주인 혹은 정형사를 삶에 대한 진지함이나 능력따위는

고려해보지 않고 소위 천한 직업으로 분류해버릴테니까.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이나 장인의식등 정말 중요한 것은 

고려되지 않는 아주 저급한 사고이다.

 

이런 기분나쁨을 느낄 때마다, 아침 드라마의 그 의미심장하고

굴곡있는 ost와 남녀주인공의 그 지긋지긋한 악다구니와

전형적인 막장대화를 들을 때마다 한국 드라마에 정이 떨어진다. 

 


 

..최근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드라마는 '그 여자가 무서워'..

오며가며 식당에서 한두편만 보고도 이거 만만찮겠구나 느꼈는데

스토리를 찾아보고 아주 경악을 한 -_-

 

한마디로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전애인에 대한 복수로

전애인의 장인어른의 후처가 되고,

며느리이자 전애인의 부인을 유산시킨 후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는 이야기;;;

 

작가의 정신상태가 어느정도면 저런 내용을 자기 이름걸고

전국에 드라마로 방영할 생각이 드는지 궁금해졌던..

 

그리고 이보다 더 놀라운건, 내용 찾아보고 입맛이 떨어져서

그 다음부터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저 드라마가

일일드라마로서는 꽤나 높은 비율인 17%까지 시청률을 내서

나름 성공했다는거..

 

사회가 얼마나 허약하고 병든 상태이면

매일매일 저런 걸 시간내서 보고있겠나..

 

대중들의 은밀한 본능을 긁어주는 지저분한 입담과

전여옥에 버금가는 생존본능으로 살아남고 있는 

김구라가 활개치고 다니는 것을 보았을 때의

그 비릿한 쾌쾌함이 느껴진다.


'스쳐가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쪽저고리와 잇저고리  (0) 2012.01.22
멋진 ‘어른여자’가 되는 법  (0) 2012.01.22
무관심의 폭력  (0) 2012.01.22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  (0) 2012.01.22
살구의 계절  (0) 201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