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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생각

무관심의 폭력

DidISay 2012. 1. 22. 02:18




얼마 전 우연히 굉장히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日특급열차안 성폭행 충격 
 20대 여성 울며 호소해도 승객들 외면


 

기사의 요지는 표제에 나와있듯이 일본의 열차 안에서
한 남성이 20대 여성을 위협해서 열차 안 화장실로 끌고가
성폭행을 했는데, 열차 안에 승객이 40명정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위협에 아무도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차 내에 신고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고, 
여성을 화장실까지 끌고가는 동안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음에도

40명 모두 신고하거나 막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사건에 대한
일본인들의 댓글 중
이지메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수 있어서
내 눈길을 끌었다.

그 댓글 중에는 자신이 왕따를 당했을 때도
교실의 그 수많은 아이들이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들도 있었다.

 

이지메...왕따라고 불리는 현상은 수많은 파생어를 낳으면서
90년대 후반 급속히 국내로 퍼져버린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용어이다.

 

어떤 이들은 왕따를 왕따를 주도하는 몇몇 소위 문제아들이나,
혹은 왕따를 당하는 개인에게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1:1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연...적게는 30명 많게는 40명의 아이들이 공존하는 교실에서
다수의 침묵 혹은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고서야
왕따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엘리자베스 노엘 노이만이 1974년에 제시한 침묵의 나선 이론에 따르면, 인간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는 성향을 보인다.그리고 이 이론을 뒷받침 해주는 실사례가 바로 사회구성원들의 침묵으로 가능했던 히틀러의 유태인 탄압이다. (엘리자베스 노엘 노이만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의 참모로 활동하였다.)

 

교실은 하나의 작은 사회이다. 아이들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약자와 강자의 매커니즘을 배워나가고 사회에서 경험할 수많은 문제들의 축소판을 경험해 나간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교실의 권력구조는 사회의 그것보다 더 냉혹하다. 따돌림을 피하기 위해 강자에게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자, 따돌림을 피하기 위해 다른 자를 짓밟는 자, 그리고 방관하는 자들.. 

 

왕따가 발생한 학급이 있다면, 그건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니라
학급 전체의 구조 속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학급 전체 규모의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의 인터넷 공간에서도 우리의 무관심에 피해를 받은 누군가가

자신의 피맺힌 심정을 토로할지도 모른다...

 

교실 외의 공간들...소위 성인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왕따는 존재한다. 다만 아이들보다 좀더 교묘한 위장을 해놓았을 뿐

 

우리가 무심히 스쳐가는 혹은 말없이 침묵하는 그 순간

우리는 이미 피없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왕따를 당한 아이들...그리고 그 여성은..

사회와 사람에 대해 어느정도의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까.

 

어릴 적 교실에서부터 강자가 약자를 누르고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이런 아이들이 커서 이루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두려워진다.

 

 

술래잡기

                        -김종삼

심청일 웃겨 보자고 시작한 것이
술래잡기였다.
꿈 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웠던 심청인
오랜만에 제 또래의 애들과
뜀박질을 하였다.

붙잡혔다.
술래가 되었다.
얼마 후 심청은
눈가리개 헝겊을 맨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술래잡기 하던 애들은 안 됐다는 듯
심청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리고 내가 가르칠 혹은 내가 키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누군가의 도와달라는 외침이 있을 때 도와줄 수 있고

가슴아픈 일이 생기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살가운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눈을 마주치면 웃을 수 있는 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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