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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생각

멋진 ‘어른여자’가 되는 법

DidISay 2012. 1. 22. 02:19

멋진 ‘어른여자’가 되는 법
 

  새해 들어 무려 서른 아홉살이나 먹게 된 내가 요새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를 가지고 있는 화두는 ‘나이를 잘 먹어가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아줌마’로 전락하지 않고 ‘여자’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건지? 어떻게 하면 젊게 살면서도 꼴불견이 아닐 수가 있지?  그래서 나의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여자들’에 대한 연구와 관찰은 지금도 상시 풀 가동 중이다.
 
  친절히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음과 같이 먼저 ‘나이를 멋있게 먹은 여자들’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었다.
 
첫째 스스로에게 어리광부리지 않는 여자
둘째, 지나치게 까탈스럽게 굴지 않는 여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지나치게 나서거나 나대지 않는 여자 
 
  이젠 내가 위의 이야기들을 더 자세히 풀어볼 차례다.   모든 단점이나 결점은 내가 어떻게 그것을 다루느냐에 따라 장점으로 변하기도 한다. 가령 나이가 들면 여자의 외모와 체력은 객관적으로 분명히 떨어진다. 이 때 가는 세월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고 애쓰는 것 이상으로 그 세월들로 인해 얻은 것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는 그 지난 세월에 걸쳐 지혜와 경험을 얻게 되고
그것들은 우리에게 우아한 초연함을 선사할 수가 있다. 이렇게 ‘어른여자’는 그 어떤 경우에도 여유가 있다. 아파트 평수를 넓혀보겠다고, 아이를 명문대학에 반드시 집어 넣고 말겠다며 욕망에 이글거리거나 여전히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초조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것은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됐다’ 처럼 낙엽의 심정으로 달관하는 것이 아니다. 되려 성숙한 여자일수록 ‘닳지’ 않는다. 지금 누리고 있는 그것들에 우리는 손쉽게 안주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만 이런 것은 여유가 아니라 체념이다.
 
  마음이 젊다면 우리는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하거나 과거의 영광에 빠져 있지 않고 늘 스스로를 건조하게 바라보면서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으로 진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가장 적합한 형태로 진화시킨다는 것은 더 이상 나의 결핍과 콤플렉스에 전전긍긍하기보다 내가 이미 가진 좋은 점들을 더 좋게 극대화 하려는 자연스러운 노력들과 맞닿게 된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장소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게 내 자신에 대해 편안해진다면 더 이상 젊은 시절 그렇게도 자신을 괴롭혔던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자격지심, 그리고 질투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있으며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 만큼 다른 사람들도 마음 속 진심으로 존중할 수가 있다.
 
  이거야 말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다,라는 충족감이 있기에 나올 수 있는 그야말로 무심시크한 자세가 아닐까.
 
  우리는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사람의 얼굴은 나이 들어갈수록 나이라는 단지 숫자뿐인 젊음의 척도나 사회적 경제적 지위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의 인간적 매력의 정도가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얼굴에 드러나는 것을 일컫고 있다.
 
  헌데 어디 요새처럼 안티에이징에 열심인 시대가 언제 있었을까. 요새처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진 시대는 또 언제 있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현대의 과학기술이 도와준다고 해도 마지막 마법의 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더도 아닌 우리 자신들. 내면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의 매력으로 세월의 힘을 유연하게 자신의 힘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매직 터치의 주인공들은 따로 있다.
 
 그리고 그들을 발견하게끔 도와주는 힌트는 바로 ‘눈동자’.
눈동자는 유일하게 뜯어고치거나 덮지를 못하는, 물리적으로 노화도 없고,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유일한 신체부위가 아닐까 한다.
 
  이십대 여자 뺨치게 늘씬하고 피부도 탱탱하고 예뻐도 눈동자가 아름답지 못하면 승산이 없지 않을까 싶다. 세상 다 살은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니 눈동자가 힘없이 죽어있고, 얄팍한 지식으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면 눈동자는 이글이글거린다.욕망과 탐욕과 질투에 여전히 시달리면 눈동자는 그저 탁하게 불안하게 흔들릴 뿐이다.
 
  반면, 우리의 나이가 뭐든, 호기심과 감동과 열정을 느낄 때 눈동자는 빛나고 촉촉해지며, 우리의 마음에 여백과 품위와 용서하는 마음이 있을 때 눈동자는 맑고 투명해진다. 우리는 아무래도 갈수록 거울을 더 열심히 봐야 할 것 같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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