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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생각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

DidISay 2012. 1. 22. 02:16


타인과 나 혹은 내 자신의 감정과 이성간의

바람직하고 적당한 거리라는 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간격일까.

 

내가 확보해야하는 적당한 거리는 ~cm야 라고

명문화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각자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가 다르다.

 

사람의 경계는 피부가 아니라고 한다.
거품처럼 개인을 둘러싼 경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침해되었을 때 깨닫는 경계가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엘리베이터에나 에스컬레이터에서 낯선 사람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게 되면 그 대상이 남자든 여자든 매우 불편함을 느끼는 편인데 이는 아마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확보해야 하는 개인공간을 침범당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관계의 거리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1. 친밀한 거리 : 45.7 cm 미만/2. 개인적 거리 : 45.7~120 cm/3. 사회적 거리 : 120~370 cm/ 4. 공적인 거리 : 370 cm 초과가 그것이다. 그의 책에서는 좀더 상세하게 세분하고 있으니 시간이 있을 때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위 거리 분류에서 결정적인 요인은 "그 순간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냐" 라고 한다. 어떤 두 사람이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는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가를 은근히 드러낸단다. 

 

우스운 것은 1 m 미만의 거리는 시각적 해석보다는 감정의 개입이 우세해진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좋아하는걸까..라고 의심이 들 때 이 거리 테스트를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듯 싶다.

 

사족이 너무 길었는데...

가끔 이 적당한 거리 유지하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과 나의 친밀도가 딱딱 맞아떨어진다면 모를까

내가 좀 멀리하고 싶은 상대 혹은 가까이 하고 싶은 상대와의

그 미묘한 간극을 어떻게 조절해야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어쩌면 연인간의 다툼도, 내 마음 속의 갈등들도

이 거리조절에 실패해서 나타나는 것일텐데.

 

홀에 의하면 30cm의 거리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30시간을

강제적으로 보낸다면 다양한 심리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만약 단순히 거리만으로 감정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면..

 

내 이성과 감성간의 거리를

타인과의 거리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렇다면 마음과 머리가 일치하지 않아 갈등을 괴로워할 일도

밀고 당기기 따위의 고민이나, 마음 졸여함도 덜할 텐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기계적으로 딱딱 조절이 가능하다면

또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일까란 생각이 동시에 드니...

 

그저 단순한 거리조절만으로 사람마음을 어찌할 수 있다면

참 쉽지만 팍팍하고 맛없는 세상일게다.

 

조금 외롭고 힘들더라도 이건 내 삶의 일부이고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조금은 덤덤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수선화에게 -정호승-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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