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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Vertigo, 1958)-알프레드 히치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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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Vertigo, 1958)-알프레드 히치콕-

DidISay 2012. 1. 23. 15:27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무성영화 시대를 시작으로,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50년간의 연출 생활동안 50편의 극영화를 완성했다. <현기증>은 그의 연출력이 절정에 이른 50년대 말의 작품이며, 냉전시대의 불안과 광기를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라는 표현 아래 감춘 헐리우드 사상 가장 어둡고 절망적인 영화다. 죄의식, 성적욕망, 강박관념, 정신분석학의 주제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이 영화는 당시 미국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으로 읽혀진다.

 
내가 태어나기 30년쯤전에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히치콕의 다른 작품들 처럼 영화 기법과 독특한 소재 때문에 생각보다는
지루함 없이 볼 수 있었다.
 
멋진 타이포그라피 포스터뿐만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 쓰여진
솔 바스의 작품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프랑스 소설 <죽음의 입구(D'Entre les Morts)>를 영화한 것으로 히치콕의 영화들 중 촬영 기법에 있어서는 최고작들 중 하나로 꼽힌다.
 
평론가 로빈 우드와 도널드 스파토는 이 영화를 히치콕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로빈 우드는 이 영화가 이 땅이 생긴 이래로 가장 아름다운 영화, 네-다섯편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도널드 스파토는 무려 26번이나 이 영화를 보았다고 고백했다.
 
장면마다 지나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할 정도로 이야기나 화면 구성은 완벽에 가깝다. 현기증이 일으키는 순간적 왜곡 효과 장면을 위해 히치콕이 15년간 고민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피사체는 고정시킨 상태에서 카메라를 뒤로 빼는 Zoom in-track out 기법을 통해 정말 아찔한 느낌을 주었다.(이 기법은 이 영화에서 최초 시도된 것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꽤나 심각한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더 공감이 잘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가 세계걸작선 10위안에 끊임없이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속에 녹아있는 정신분석학적 요소들 떄문일 것이다.
 
주인공이 현기증때문에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정신적 상처)를 현기증으로 극복하는 장면이나...자신이 사랑한 여자와 같은 모습을 쥬디에게 강요하는 동일화 현상 같은...
 
그 외에도 부,미모,교양 등 모든 것을 가지고 있던(위에 있던) 여주인공을 (아래로) 추락사시키는 남성적 강박감이나, 마들레인과 주디의 대비를 통한 현실과 환영, 찰나와 영원, 역사와 현재 등의 소재도 함께 압축시켜내고 있다.(2시간 짜리 영화에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을 녹여내다니..정말 매력적이다..>.<)
 
히치콕 감독의 깜짝 출연(cameo)은 초반에 주인공이 여주인공의 남편을 만나러 가는 길거리 장면에서 등장한다. 이때 등장하는 강아지 역시 히치콕 자신이 키우는 것이라고..^^
 
p.s) 히치콕은 원래 그레이스 켈리를 굉장히 좋아했다는데
불행히도 이 영화는 그녀가 결혼을 해버린 이후라 어쩔 수없이
킴 노박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나지않고 상당히 냉소적인 시각을 유지하고있다. (민감한 사람은 좀 기분이 나쁠정도로 혹은 여자인물들이 애처롭거나 바보같이 느껴질정도로 여성비하적인 면도 있다.)
 
..(히치콕은 실생활에서도 꽤나 괴짜였던 것 같다. 그레이스 켈리 대신 찾아냈던 티피 헤드렌(멜라니 그리피스의 어머니)은 히치콕 감독이 다이어트 음료 광고속의 그녀를 보고 직접 캐스팅했다. 히치콕과 전속계약을 맺었는데, 히치콕과 차기 작품인 '마니' 촬영 중에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져서 결국 마니 이후에 히치콕은 전속계약을 풀어주지 않아 티피 헤드렌은 몇년 동안 영화에 출연할 수 없었다.
갈등의 원인으로 히치콕이 새 촬영중에 멜라니 그리피스에게 인형을 선물했는데 그 인형은 티피 헤드렌과 똑같이 생겼고, 그 인형이 요란스럽게 치장된 나무상자(마치 관을 연상시키는)에 담겨져 있어서 그 선물을 본 티피 헤드렌이 화가 매우 나서 히치콕과의 관계를 정리할 것을 결심했다는 주장이 있다 ;;;)